여야는 29일 1가구 1주택자 양도소득세(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또 내년부터 시행하려던 가상 자산(암호화폐) 양도차익 과세도 1년 유예하기로 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는 이날 이 같은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이날 의결된 개정안은 30일 기재위 전체회의 의결과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이르면 다음 달 초 본회의에 상정, 의결될 것으로 보인다.
양도세 비과세 기준 상향은 들끓는 부동산 민심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6월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기로 당론으로 결정했다. 집값 급등으로 ‘고가 주택’ 기준을 현실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자 감세’라는 비판 속에 여당 내 일부 의원이 반기를 들면서 그동안 법안 처리는 표류해왔다. 하지만 계속된 집값 상승으로 서울·수도권의 민심이 악화되자 전격적으로 이를 처리키로 한 것이다.
신한은행의 추산에 따르면 10억원에 취득한 아파트를 5년 보유·거주한 1주택자가 이를 20억원에 처분할 경우 현재는 1억1616만원의 양도세가 부과된다. 그러나 법 시행 이후엔 양도세액이 7793만원으로 3823만원 줄어들게 된다.
정치권이 가상자산 과세 1년 유예에 합의한 것도 내년 대선을 앞두고 2030세대 표심을 노린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그동안 경쟁적으로 “가상자산 과세 유예”를 주장해왔다. 다만 가상자산의 비과세 한도를 25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엔 합의하지 못 했다.
여야가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기준 금액을 현행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기로 한 것은, ‘부동산 민심’이 내년 대선에 결정적이란 판단 때문이다. YTN이 29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대통령 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응답자의 33.2%가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꼽았고, 30.1%는 ‘후보 관련 논란과 의혹’을 꼽았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이달 들어 연일 “부동산 문제로 국민께 너무 많은 고통과 좌절을 드렸다”고 사과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집값 상승으로 인한 “종부세 폭탄” “건보로 폭탄”을 언급하며 부동산 문제를 파고들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양도세 완화와 함께 추진해온 장기보유 특별공제 개편안은 여야 합의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양도세 비과세 기준 금액을 높이는 대신 양도차익이 큰 장기 보유자의 경우 세금을 깎아주는 비율은 줄이자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현행 유지 입장이다. 또 집을 여러 채 가지고 있다가 팔고 한 채만 남긴 경우, 언제부터 1주택으로 산정할 것인지를 두고도 여야의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가 가상자산(암호화폐) 과세 유예를 전격적으로 결정한 것도 내년 대선을 앞두고 2030의 표심 잡기를 위한 것이다. 현재 2030세대의 인구는 약 1350만명에 달하지만 이재명 후보나, 윤석열 후보 중 누구도 확실한 우위를 잡지 못하고 있다. 반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22일 발표한 2030세대 여론조사 결과 40.5%가 가상자산에 투자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후보는 지난 24일 당내 회의에서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에 대해 사실상 강행 처리를 주문하기도 했다. 윤 후보도 “가상소득 과세는 제도적 뒷받침이 충분히 이뤄질 때까지 유예해야 한다”고 했다. 기재부는 여전히 반대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회 정무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농수산물 선물 한도를 현행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늘리는 ‘청탁금지법(김영란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내년 설부터는 공직자 등에게 20만원까지 농산물 선물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