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주말인 11~12일 대구·경북(TK)을 찾아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경제 성과가 있다”고 했다. 이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사흘 연속 언급하며 “매우 눈에 띄는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이 후보는 광주에서 전 전 대통령 비석을 발로 밟고, ‘전두환이 정치는 잘했다’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발언에 대해 “학살자 찬양은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했었다. 정의당 등에서 “전두환 찬양도 내로남불”이라는 비난이 나오자 이 후보는 다시 “흑백 논리, 진영 논리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병폐”라고 맞받았다.
이 후보는 경북 칠곡 다부동전적기념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전두환도 공과가 병존(竝存)한다”며 “전체적으로 보면 전두환이 삼저 호황(저금리·저유가·저달러)을 잘 활용해서 경제가 망가지지 않도록,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건 성과인 게 맞는다”고 평가했다.
이 후보는 전 전 대통령이 별세한 지난달 “전두환씨는 명백하게 내란, 학살의 주범”이라고 했다. 광주에서 ‘전두환 기념비’를 밟으면서 “올 때마다 잊지 않고 꼭 밟고 지나간다”고도 했고, ‘전두환 정치’ 발언을 한 윤석열 후보를 향해서는 “광주 영령과 호남인 능멸에 대해 지금 즉시 석고대죄하라”고 했다.
이 후보가 6·25전쟁 당시 낙동강 전선에서 북한군의 공세를 방어한 다부동 전투를 기리는 기념관을 찾은 것부터가 ‘변신’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는 지난 8월 다부동 전투를 이끌었던 백선엽 장군을 친일파로 지칭하면서 “친일을 한 행위에 대해서는 반드시 그 책임을 가려야 한다”고 했었다.
이 후보는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 “농지개혁은 칭찬받을 만한 일”이라고 했고,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경제 성과와 관련해 사흘 연속 긍정적인 언급을 내놨다. 지난 10일 대구에서 “산업화의 성과를 낸 대통령”이라고 했고, 11일 경북 칠곡·안동에서는 “대구·경북이 낳은, 평가는 갈리지만 매우 눈에 띄는 정치인” “명백한 과오가 있긴 하지만 대한민국을 산업화를 통해 경제 대국으로 만든 공이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12일 경북 문경에서는 “박정희 시대 고속도로가 전국의 산업화를 이끌었던 것처럼 에너지 고속도로와 바람과 태양이 여러분을 부유하게 만드는 큰 자원이 되는 길을 만들어 드리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바람 연금’ ‘햇빛 연금’이라는 개념을 언급하면서 “태양 농사, 바람 농사를 지은 수익으로 노후를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지역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해 에너지 고속도로를 통해 도시로 판매하고, 그 수익을 연금 형태로 돌려주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2017년 1월 민주당 당내 경선 예비 후보 등록 직후 국립현충원에서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지 않고 ‘이승만은 친일 매국 세력의 아버지’ ‘박정희는 쿠데타로 국정을 파괴하고 인권을 침해한 독재자’라고 했었다.
이 후보의 급격한 발언 변화에 대해 여권 일부와 정의당에서는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당 심상정 대통령 후보는 이날 “전두환을 재평가하려는 자가 전두환”이라며 “이 후보가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하려다 국민의힘 후보가 되실 것 같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되자 이 후보는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병폐가 흑백 논리, 진영 논리”라며 “있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면 사회가 불합리함에 빠져들게 된다”고 말했다. ‘공’은 공대로 평가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경부고속도로 기념탑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전두환씨는 결코 용서하거나 용인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면서도 “모든 게 100% 다 잘못됐다고 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여권 내부에서도 “그럼 윤석열 후보 발언을 맹비판하던 건 뭐냐”는 말이 나왔다.
한편 이 후보는 야당의 대장동 공세에 대해서는 재차 “특검을 수용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11일 윤 후보가 “부산저축은행 사건까지 특검 대상에 넣으라”고 하자 “다행히 전부에 대해 특검 하자고 하니 전적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