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재난지원금·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에 이어 코로나 피해 지원 추가 경정 예산(추경)을 놓고 청와대,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연일 충돌하며 엇박자를 내고 있다. 이런 충돌은 ‘정권 교체’ 여론 때문에 이 후보가 정부와 차별화에 나서고, 청와대는 이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여권의 ‘대선 전략’ 때문에 정책 혼선이 가중돼 민생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당·청 갈등을 두고 “이 후보는 현 정권과 다르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정부는 17일 코로나 방역 강화로 피해가 예상되는 320만 소상공인에게 손실 보상과는 별도로 100만원의 방역 지원금을 주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 후보는 “50조~100조원 지원” “소비 쿠폰” 등을 언급하며 대규모 추가 지원을 언급했다. 그러나 정부와 청와대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최대 100조원 규모의 추경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라디오에서 “여야 대선 후보들이 말하는 (추경) 50조, 100조는 현재 우리 예산 규모상 불가능하다”고 했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가용 예산을 총동원했다”고 했다. 더 쓸 돈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청와대는 작년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을 제외하고 이 후보가 주장했던 전 국민 재난지원금에 모두 반대 의견을 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피해 계층에 선별 지급하는 게 훨씬 경제적 효과가 좋다고 생각한다”며 “애초부터 이 후보의 기본 소득 등 정책에는 부정적인 의견이 강했다”고 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 수석은 이날 이 후보가 주장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에 대해서도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 흐름이 어렵게 잡히고 있는 상황으로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대규모 코로나 피해 지원을 강조했다. 이날 당 코로나 위기대응 특위 회의에서 “마침 야당에서도 50조~100조원 지원을 공식적으로 주장했기 때문에 정부가 가급적 여야의 입장을 존중해서 선제적인 선(先)보상, 선(先) 지원 조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는 금융 지원도 중요하고, 직접적 재정 지원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매출 지원”이라며 “매출 지원도 할 수 있는 소비 쿠폰 같은 방식도 최대한 동원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신현영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소비 쿠폰과 관련해 “재난지원금 방식의 선지원도 검토하고 있는 만큼 어느 게 더 효과적일지 좀 더 논의하고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지난달 정부의 반대로 전격적으로 철회했던 소비 진작 성격의 재난지원금 카드를 다시 꺼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이후 당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민주당이 과연 기대에 부응해 국민의 명령을 제대로 수행했는지 반성한다”며 “촛불 들어 정권을 바꿨는데 내 삶은 기대만큼 나아지지 않는다는 실망감, 대단한 요구가 아니라 그저 삶을 조금 더 안정적으로 만들어달라는 요구에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득권의 저항은 맹렬하고 집요하다”면서도 “이재명과 민주당이 다시 한번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지자 여러분도 끝까지 함께해달라”고 했다.
당·청 갈등에 대해 청와대는 임기 말 40% 안팎의 대통령 지지율을 대며 “선거를 앞두고 표를 위해 이것도 저것도 해보는 시도야 좋지만 문재인 정부 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주장은 아무리 여당 후보라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웅래 민주연구원장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결과적으로 이재명 후보는 현 정권과 다르다, 기득권의 연장이 아니라는 것의 방증”이라며 “이 후보의 당선은 정권 재창출이 아니고 사실상의 정권 교체”라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의 민주당’이란 표현에 대해서도 “기득권의 연장이 아니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심어주기 위한 표현”이라고 했다.
한편 박수현 청와대 수석은 소상공인 100만원 지급에 대해 “문 대통령이 호주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뒤 방역 지원금을 정부가 생각하고 있던 70만원 정도에서 100만원으로 인상해서 연내 지급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