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20일 “지금은 민생과 나라 경제를 놓고 대통령 후보들이 경쟁할 때”라며 “네거티브 전쟁을 그만해야 한다”고 했다. 후보 간 정책 대결보다는 최근 여야 모두 가족 문제를 부각하며 상호 비방전을 벌이자 ‘네거티브 선거 휴전’을 제안한 것이다. 국민의힘 법률지원단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장남을 성매매, 상습 도박 혐의로 고발하려던 방침을 철회했다. 윤석열 후보도 “그렇게 가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정쟁 선거에서 정책 선거로 전환하자”고 했다. 정치권에선 “이·윤 후보 모두 가족 문제로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자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지금 나라가 당면한 일들이 막중한데도 정치권은 네거티브 전쟁을 하고 있다”며 “국민이 정치권을 뭐라 생각하겠느냐”고 했다. 김 위원장은 “네거티브 전쟁은 그만하고 민생과 우리나라 경제의 앞날을 위해 각 후보가 어떤 주장을 내걸고 경쟁할지 몰두해야 한다”면서 “현 정부가 얼마나 잘못했고 무엇이 그렇게 내놓을 것이 없는지 집권 여당 후보를 가진 정당이 대선에서 네거티브만 갖고 선거를 하겠다는 것이 상식에 맞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윤 후보도 이날 강원도 철원 군부대 방문에서 ‘네거티브 휴전론’과 관련해 “앞으로 그렇게 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가장 바람직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한국 정치사에서 그런 적이 없었다”며 ‘현실성’에는 의문을 제기했다.
민주당 이 후보는 “신속하게 정쟁에서 정책 선거로 전환하자”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코로나 피해 지원 토론회에서 ‘네거티브전이 가열되고 있다’는 물음이 나오자 “윤 후보와 국민의힘 선대위에서 안타깝게도 흠집 내기에 몰입했기 때문에 지금 정쟁으로 흘러가는 것”이라면서 이렇게 밝혔다. 그러면서 “누가 더 유능하게,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지, 구체적으로 얼굴을 대하고 논쟁하면 좋겠단 생각”이라면서 “윤 후보께 ‘정책 토론을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하자, 일대일 토론 하자’고 하니까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박광온 선대위 공보단장도 지난 18일 야권이 이 후보 아들 의혹을 기획했다는 이른바 ‘공작설’과 관련해 “우리 당 의원들은 공작설을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은 전략”이라며 흑색전 자제령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여야 모두에선 ‘네거티브 국지전’이 이어졌다. 민주당에선 윤 후보 아내 김건희씨 의혹에 대한 공세를 계속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민주당 박찬대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 후보는 (김씨의 허위 경력 기재가) 단순 실수인지, 의도적인 위조인지, 이러한 학·경력 위조를 십 수년간 되풀이해온 데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다”고 했고, 추미애 명예선대위원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이것은 김건희 게이트’라면서 “민주당은 구경만 하는 관객이 돼선 안 된다. 침묵은 방조”라고 했다. 이 후보는 정책을 강조하는 반면, 당 선대위는 윤 후보 공격 역할을 맡는 양면 전략을 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에서도 상층부는 비방 자제령을 내렸지만, 이 후보 아들 문제에 대한 공세는 계속됐다. 김은혜 선대위 대변인은 아들 도박 문제에 대해 “이 후보는 증여한 돈이 도박 자금으로 전환됐을 의혹에 대해선 관보에 나온다고 답했다. 그런데 관보에는 예금의 증감만 표기될 뿐 증여 세목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국민들의 의구심이 사실이 아니라면 도박 자금으로 전환된 계좌와 증여 시기, 액수 일체를 공개하시기 바란다”고 했다. 장예찬 선대위 청년본부장은 “이 후보 아들의 성매매, 불법 도박 의혹이 더 번져 표심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야당 관계자는 “어디까지 네거티브고, 어디까지가 검증인지 구별하기 모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