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2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에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함께 다녀온 해외 출장 일정표와 사진을 추가로 공개했다. 대장동 개발 사업 실무자인 김 처장이 검찰 조사를 받다 지난 21일 극단적 선택을 한 직후 이 후보는 “성남시장 시절엔 김 처장을 몰랐다”고 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이 이를 반박하는 물증들을 잇따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후보는 이날도 김 처장에 대해 “기억에 남아있지 않은 사람”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실이 이날 공개한 성남시청의 2015년 1월 6~16일 호주·뉴질랜드 출장 상세 일정표에는 이 후보를 포함해 11명이 방문 인원으로 기록돼있다. 도개공에선 대장동 사건 수사를 받고 구속된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과 김 처장 등 2명이 동행했다. 일정표에는 ▲영화 ‘반지의 제왕’ 촬영장 ▲대형마트·쇼핑센터 ▲오페라하우스 ▲시드니타워 및 동물원 등 ‘관광성 일정’도 다수 포함돼 있다. 국민의힘은 골프 모자를 쓴 이 후보가 뉴질랜드 오클랜드 도심을 배경으로 유 본부장, 김 처장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도 공개했다. 국민의힘은 “여러 관광 일정을 9박 11일이나 함께하고, 사진도 여러 장 찍었는데 어떻게 기억을 못 할 수 있느냐”고 했다.
하지만 이 후보는 이날도 “기억이 안 난다”고만 했다. 이 후보는 CBS 라디오에서 “하위 직원이라서 기억이 안 난다. 하위 직원들은 저를 다 기억하겠지만, 저에게는 기억에 남아있지 않은 사람”이라고 했다. ‘출장자가 11명뿐인데 기억력 좋은 분이 불리해서 모른 척하는 것 아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이 후보는 “직원이라는 사실은 명백하고, (2019년 대장동 개발 사건으로 재판받을 때 사건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어서 여러 차례 전화로 물어봤던 사람이라고 제가 얘기했는데 뭘 부인하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통화를 여러 차례 했기 때문에 제 전화번호부에 입력은 돼 있는데, 그 사람이 그 사람인지는 연결이 안 됐다”고 했다. 김 처장 사망 직후에는 ‘모르는 사람’이라는 식으로 얘기했지만, 함께 찍은 사진과 출장 일정 등이 공개된 이후에는 ‘당시 동행한 사람이 김 처장이란 것을 인지하지 못 했다’고 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법적 처벌을 피하려 기억이 안 난다는 식의 발언으로 빠져나가려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측은 이날 이 후보가 골프 모자를 쓴 것을 거론하며 “출장 가서 골프를 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 측은 “해외에서 등산복 입고 단체 사진 찍었다고 다 등산한 것은 아니지 않냐”며 “이 후보가 골프를 칠 줄은 알지만, 해외 시찰 가서 골프를 친 적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