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가 상임 선거대책위원장직에서 사퇴한 후 윤석열 후보를 겨냥해 날 선 발언을 쏟아내자 국민의힘 안에서 “자중하라”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당을 위한 제언을 하는 게 민주주의”라고 반박했다.
김종인 총괄 선대위원장은 27일 선대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대표는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나갈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대선에 실패하면 지자체 선거도 제대로 될 수 없고 지자체 선거에 실패하면 그다음 총선도 성공하지 못한다”며 “정권 교체를 수행하지 못하면 당의 존립이 위태롭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거론하진 않았지만 이 대표의 최근 언행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낸 것으로 해석됐다.
윤석열 후보도 이날 선대위 회의에서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아서 비상 상황”이라며 “누구도 제3자적 논평가나 평론가가 돼선 곤란하다”고 했다. 이용호 공동 선대위원장은 “대선이 비상 상황인데 자리에 있어야 할 대표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3선의 김태흠 의원은 성명을 내고 “이 대표의 철딱서니 없고 오만하고 무책임한 행동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라며 자중해달라고 했다. 이 대표가 최근 언론 인터뷰 등에서 “윤석열에게 알랑거리는 정치 안 한다” 같은 발언으로 당 분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윤 후보 선대위 운용과 관련해 “(선대위를 패싱하고) 비선을 통해 다 처리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자기 발언을 둘러싼 논란에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당대표가 당을 위해 하는 제언이 평론 취급 받을 정도면 언로는 막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며 “누구나 본인이 속한 조직에서 더 나은 결과를 위한 제언을 하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평론은 평가에 그치지만, 제언은 대안을 담고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은 이날 총회를 열었다. 총회에 참석한 정경희 의원은 “대선 승리를 위해 어떤 일이 있어도 후보를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데 참석 의원들이 동의했다”고 전했다. 정 의원은 초선 의원들이 29일 이 대표를 만나 “자중해달라”는 뜻을 전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