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다음 주 야당과 언론인 등 200여 명에 대한 통신 조회로 사찰 논란이 제기된 김진욱 공수처장에 대한 사퇴 촉구 결의안을 의원 전원 명의로 제출하기로 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31일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공수처가 독립 기관이라면서 꽁무니를 빼고 있는데 터무니없는 이야기”라며 “당장 불법을 저지른 수사기관에 대해 조치를 지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도 페이스북에서 “집권하면 정권 흥신소로 전락한 공수처를 즉시 폐지하겠다”고 했다.
공수처가 국내 외신 기자의 통신까지 조회한 사실도 새로 드러났다. 일본 도쿄신문은 이날 공수처가 자사 직원의 통신 자료를 조회한 사실을 밝히며 공수처에 해명을 공식 요구했다. 공수처의 외신 기자 통신 자료 조회 사실이 드러난 건 전날 아사히신문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날 오후 기준 공수처가 통신 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확인된 기자는 160여 명(외신 포함), 국민의힘 의원은 총 86명으로 늘었다. 공수처는 지난 10월 5일 국민의힘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에 대해서도 통신 자료를 조회한 것으로 이날 추가 확인됐다. 당시 김 위원장은 당 직책을 맡고 있지 않던 상황이었다.
도쿄신문은 이날 기사를 통해 “공수처가 주니치·도쿄신문 서울 지국 한국인 직원 1명의 개인 정보를 조회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도쿄신문은 “보도의 자유를 위협하는 부적절한 정보 수집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새해부터 공수처 해체를 위한 대국민 행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공수처 해체를 촉구하는 대국민 서명운동, 공수처 앞 의원총회 개최 등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국민의힘은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통신 자료 조회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도 함께 추진할 예정이다. 전주혜 의원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무분별한 통신 조회를 막을) 법률 개정을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조회를 당한 본인에게 (조회 사실을) 알리고, 통신 조회 요건을 강화하는 등 개정 작업을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야당 내부에선 “이번 공수처 사태를 계기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정책 연대 공조 가능성이 생겼다”는 말도 나온다. 안 후보는 이날 공수처의 통신 자료 조회를 비판하며 민주당을 겨냥해 “공수처를 밀어붙인 여당도 이 문제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장동 특검에 더해 공수처 해체를 묶어 정책 연대를 하면 향후 야권 단일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역대 정권의 통신 자료 제공 건수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548만건(2020년)으로 가장 적다며 “야당이 사찰이라고 떼를 쓴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여권 일각에서도 “공수처가 무차별 조회로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법사위원장을 지낸 민주당 5선 이상민 의원은 “명백히 위헌이고 위법”이라며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이 의원은 “수사상 필요를 내세워 ‘통신 조회 불가피론’을 주장하는 것은 수사 편의주의에 지나치게 기울어진 것이자 기본권을 소홀히 여기는 것”이라며 “최근 공수처 통신 조회 논란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함께 법적 책임 추궁, 제도적 개선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날에도 페이스북에서 “공수처가 무능 논란에 불법 사찰 의혹까지 받게 되니 매우 개탄스럽다”며 공수처가 무차별 조회 경위를 스스로 밝혀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국민들 본인도 모르게 통신자료가 제공되는 부분은 제도적으로 막도록 추진하겠다”며 논란이 되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83조 개정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