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장 국회 출석… 野는 피켓 시위 - 김진욱(맨앞)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공수처가 야당 의원과 언론인 등에 대해 무차별적인 통신 자료 조회를 실시하는 등 사찰을 했다며 회의장 앞 복도에서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 /이덕훈 기자

30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은 김진욱 공수처장을 상대로 무차별 통신 자료 조회 논란에 대해 “불법 사찰을 통한 대선 개입”이라고 공격했다. 그러나 김 처장은 “사찰 주장은 과도하고, 합법적인 수사 행위였다”고 맞섰다. 더불어민주당도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검찰총장을 했던 2019년 검찰의 통신 자료 조회가 197만건에 달했단 점을 들어 “국민의힘이 내로남불을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여권 내부에서도 “공수처가 무차별 조회로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김 처장에게 “적폐 청산하자고 집권한 정권에서는 사찰을 안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추궁했다. 유상범 의원은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통신 자료를 받으려면 최소한도로 해야 한다는 내재적 한계가 있다”며 “그런데 공수처는 범죄와 관련도 없는 국민의힘 의원 단톡방 참가자 인적 사항을 다 조사했다. 그게 바로 사찰”이라고 했다. 권성동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이 당했다면 벌 떼같이 들고일어나 공수처 폐지를 주장했을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후보도 페이스북에서 “무릎을 꿇고 살기보다는 차라리 서서 죽겠다”며 “야당 대선 후보까지 사찰하는 ‘문재명’ 집권 세력에 맞서 정권 교체 투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했다. 그는 “공수처가 국민의힘 의원 100여 명이 참여하는 단톡방도 털었다고 한다”며 “이건 미친 짓이다. 선거 개입”이라고 했다. 김종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본인 의사를 표명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공수처는 독립 기구라 언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했다.

김진욱 처장은 “검찰과 경찰도 많이 하는데 왜 공수처만 가지고 사찰이라고 하나”라며 “억울하다”고 했다. 윤 후보 부부에 대한 통신 자료 조회에 대해서도 “윤 후보에 대해 저희가 3회, 서울중앙지검은 4회였고 배우자에 대해선 저희가 1회, 검찰이 5회였다”고 했다. 김 처장은 이른바 ‘제보 사주’ 의혹과 관련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통신 자료를 조회한 사실도 공개했다. 김 처장이 합법임을 거듭 강조하자 권성동 의원 등은 “이봐, 처장!”이라고 고함을 질렀다. 김 처장은 ‘왜 기자의 모친까지 통신 조회했느냐’는 물음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사찰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영배 의원은 “(야당 주장대로라면) 윤석열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시절에만 280만 국민이 사찰을 당한 셈”이라며 “야당은 그 얘기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윤건영 의원은 라디오에서 “올 상반기만 검찰이 60만건이나 조회해 공수처보다 검찰이 4444배 많다”고 했다. 김용민 의원은 “진짜 중요한 것은 윤 후보가 연루된 판사 사찰 의혹”이라며 “공수처는 피의자 윤 후보를 언제 소환할 것인가”라고 했다. 김 처장은 “검토 중”이라고 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이번 논란에 대해 “법령에 의한 행위를 사찰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공수처가 야당만 조회했다면 정말 책임져야 할 일”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민주당은 이날 검찰·경찰의 과거 통신 조회 자료를 언론에 제공했다. 민주당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검찰의 통신 자료 조회는 2019년 197만건, 지난해에는 184만건이었다. 경찰도 2019년 602만건, 지난해 548만건의 통신 자료 조회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여당이 문재인 정부 수사기관의 통신 자료 조회 남용을 고백한 꼴”이라는 말이 나왔다.

법사위원장을 지낸 민주당 5선 이상민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공수처가 무차별 조회 논란의 진상과 경위를 스스로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며 “불법 부당한 부분이 있다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통신 자료 조회가 법적 요건을 충족했는지, 영장주의에 적합했는지 의문까지 든다”며 “만약 그렇다면 불법과 오남용이 분명하고 목적이 그럴듯해도 결코 용납 또는 묵과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공수처가 무능 논란에 불법 사찰 의혹까지 받게 되니 매우 개탄스럽다”고도 했다.

김 처장은 이날 법사위 출석에 앞서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해 마이크를 잡았다가 회의장 근처에 있던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왜 정치 집회에서 발언하나”라는 항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