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행정학회 주최 대통령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자리를 확인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6일 코로나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가장 피해가 큰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두터운 지원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전날 “가급적이면 전 국민에게 기회를 주는 게 좋겠다”며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필요성을 언급한 지 하루 만에 태도를 바꾼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이 후보 주장에 보조를 맞추던 민주당도 신년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과정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도입은 보류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이 후보와 여당이 선거를 앞두고 돈을 주느냐 마느냐 문제로 오락가락하며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차기 정부 주요 정책 토론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번 추경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사실상 빠진 것이 아니냐’는 물음에 “사정이 그런데 어떡하겠느냐”고 했다. “정부와 여야의 입장, 재원 조달 문제가 있다”고도 했다. 정부가 재정 건전성 등을 이유로 전 국민 지원 방침에 난색을 보이자, 일단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우선 지원하겠다고 한 것이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도 신년 추경안에 전 국민 지원금을 도입하는 방안은 보류하기로 했다. 신현영 원내대변인은 이날 원내 대책 회의가 끝난 뒤 “당장 절실하고 시급한 부분부터 추경에 담겠다는 데 공감대가 있었다”며 “방역 체계를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에서 국민 피해 중심으로 보상이 가동되는 방안에 우선순위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무역협회 찾아 간담회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왼쪽) 대통령 후보가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간담회를 마치고 구자열 무역협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한 이 후보의 입장은 최근 석 달간 계속 바뀌어왔다. 그는 지난해 10월엔 “1인당 30만~50만원의 전 국민 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와 정부 재정 당국의 반대에도 오히려 정부와 대립하며 전 국민 지급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반대 여론이 60%에 이르자, 작년 11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고집하지 않겠다”며 주장을 철회했다. 이 후보는 올해 들어서 또다시 전 국민 지급 주장을 꺼냈다. 지난 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 피해 지원을 위한 추경 편성 필요성을 언급하며 “최소 국민 1인당 총액 100만원 정도는 맞춰야 한다”고 했다. “당장 하자는 건 아니다”라며 원칙적 입장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설 전’ ‘30조원 정도’ 등 구체적 규모와 시기까지 언급했다. 비슷한 시기 민주당도 전 국민 지원금을 ‘소비 쿠폰’으로 이름을 바꿔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번에도 전 국민 지원금 지급은 무산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신년 추경 외에 앞으로 추경 편성이 추가로 필요한데, 전 국민 지원금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긴 어렵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후보가 말을 바꾼 것이 아니라 우선순위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했다. 당내에서도 “집권 후에도 추경을 편성하게 될 텐데 무리해서 넣지 말자” “100조원이 실제 가능하겠냐”는 우려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후보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관련 발언

이 후보는 ‘기본소득’ ‘국토보유세 신설’ 등 공약에 대해서도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추진하지 않겠다”며 철회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방송 토론에선 “내년부터 연간 25만원의 기본소득을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는 것부터 시작하려고 한다”며 “이에 대한 재원 마련은 증세 없이 가능하다”고도 했다. 이 후보는 “연간 25만원, 1회 지급은 13조원 정도에 불과, 합쳐서 20조원 되는 건데 연간 예산 600조원의 3%에 불과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그 이상 넘어설 땐 국민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토보유세 역시 ‘토지이익 배당제’로 이름을 바꿔 추진하겠다고 하면서 야당에선 “이 후보가 계속 거짓말을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선거를 앞두고 이 후보가 오락가락 갈지자 행보를 한다”고 했고, 정의당 심상정 후보도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하고 나섰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탈모약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는 공약이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지나친 정치적 공세”라고 했다. 이 후보는 “정말 수없이 많은 사람이 현실적으로 고통받고 있다”면서 “재원을 부담하고 있는 그들을 굳이 배제해서 섭섭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