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의 감사를 맡았던 유병호 감사원 공공기관감사국장이 최근 감사 부서에서 배제돼 감사원 감사연구원장으로 인사 조치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탈(脫)원전 정책의 부당성을 지적한 자료를 국회에 제출한 문제로 한국수력원자력 이인식 기획본부장도 한수원 산하 방사선보건연구원으로 인사 조치됐다. 정부 탈원전 정책의 문제점을 원칙대로 감사하거나 비판적 의견을 낸 공직자들이 보복성 인사를 당한 것이다. 유 국장은 최근 수개월간의 휴대폰 통화 기록 조사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최근 유 국장이 차기 인사에서 산업·금융감사국 등 다른 감사 부서에서 계속 근무하길 바란다고 밝혔지만 이를 거부하고 연구직인 감사연구원장으로 전보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4월 공공기관감사 국장이 된 유 국장은 당시 난항에 빠졌던 월성 원전 1호기 사건을 전임자로부터 이어받아 그해 10월 마무리했다. 감사 결과 산업부의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사실이 드러나 산업부 간부와 직원들이 중징계 요구 처분되고,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등에 대한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감사원 측은 “감사연구원장직은 좌천이 아니라 선임 국장급도 갈 수 있는 자리”라고 했다.
탈원전 정책의 문제점을 반박한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한 문제로 한수원의 한 간부도 좌천됐다. 한수원은 이날 한수원 이인식 기획본부장을 지난 7일 방사선보건원으로 인사 조치했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2017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이 ‘고리 1호기 영구 정지’ 선포식에서 탈원전 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한 연설 내용을 반박하는 자료를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의 요청을 받아 제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수원의 정재훈 사장은 이런 사실이 본지 보도로 알려지자 책임자였던 이 본부장을 인사 조치했다. 한수원 측은 “이 본부장이 후배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