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선 캠프 특보 출신으로 임명 당시부터 공정성 논란을 빚어온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이 오는 24일 임기 3년 만료를 앞두고, 비상임 위원으로 전환해 선관위원직을 3년 더 유지하려는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친여 인사 알박기 행태로 보인다”며 “여권이 친여 선관위원으로 오는 3월 4일 대선을 치르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임 위원이 임기를 마치고도 비상임 위원으로 옮겨가 선관위원직을 유지하는 건 전례를 찾기 어렵다.
총 9명인 중앙선관위원은 상임위원 1명, 비상임 일반위원 8명으로 구성돼 있다. 상임위원은 선관위원 가운데 위원장 다음의 권한을 갖지만 일반 위원도 선관위 정례회의에 참석하고 의견을 제시하며 선관위 업무에 종합적으로 관여한다.
조 위원은 임기 만료를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관위원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지만, 문 대통령은 이를 반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조 위원이 상임위원이 아닌 비상임 일반위원으로 선관위원직을 3년 더 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선관위법 시행규칙 제9조에 따르면 상임위원의 임기는 3년이다. 헌법 제114조에 따라 비상임 일반 위원의 임기는 6년이다. 조 위원이 형식상 일반 위원에서 호선으로 상임위원이 됐기 때문에 상임 위원 3년 임기 만료 후 연이어 일반 위원을 할 경우 일반 위원 임기 6년에서 상임 위원 재직 기간을 뺀 3년을 더 하게 되는 것이다. 현행법상 상임위원이 임기 만료 후 비상임 위원이 되는데 제한은 없다.
다만, 역대 모든 상임위원은 관례에 따라 임기를 마치면 연이어 비상임 위원으로 갈아타지 않고 바로 퇴임했다. 한 인사가 선관위원으로 장기간 재직할 경우 생기는 중립성, 공정성 논란을 피하기 위한 선관위의 관례였다. 그런데 이번에 조 위원이 이런 관례를 깨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야당 몫으로 선관위원 후보자로 추천한 문상부 전 선관위 상임위원의 인준은 반대하고 있다. 문 전 위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 추천 몫으로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에 임명돼 2018년 임기를 채우고 퇴임했다. 그러다 이번에 야당 몫 선관위원으로 추천된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문 전 위원이 상임위원 퇴임 3년여 뒤인 지난해말 국민의힘 대선 경선관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19일간 당원으로 가입한 점을 이유로 그의 선관위원 인준을 반대하고 있다.
앞서 조해주 상임위원은 지난해 7월 무렵 임기 만료 6개월을 앞두고 상임위원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사의를 표했으나 문 대통령은 반려했다. 당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이 남은 임기까지 다 채우라는 취지로 조 위원의 사의를 반려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선관위 상임위원은 사무를 총괄하고 사무처 직원들의 인사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요직으로 중도에 사의를 밝힌 것은 이례적이었다.
이 때문에 조 위원이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한 배경에 대해 ‘알박기’ 의혹이 제기됐었다. 내년 대선·지방선거를 앞두고 임기 3년의 선관위 상임위원을 새롭게 앉히려는 꼼수가 아니냔 것이다. 야당 핵심 관계자는 “내년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선관위를 민주당 영향력 아래에 있게끔 하려는 속셈이 들통나자 슬그머니 사의를 반려한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오는 24일 임기 만료를 며칠 앞두고 그의 선관위원 연장 논란이 터진 것이다.
조 위원은 임명될 당시 선관위의 생명인 ‘중립성’에 위배되는 인사로 지목되면서 정치 편향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야당은 “조 위원이 지난 19대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 후보자 캠프에서 선거 특보를 맡았다”며 편파성을 지적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