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후보자가 지난달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의 집단 반발로 청와대가 연임을 시도했던 조해주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이 21일 사퇴하자, 야당 몫 추천 중앙선관위원 후보자인 문상부 전 중앙선관위 상임위원도 22일 후보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문 후보자는 이날 입장문에서 “저는 후배들의 비난을 감수하고 선관위를 살리기 위해 선관위 위원으로 복귀하고자 했으나, 용기있는 후배님들 덕분에 선관위가 다시 살아난 지금 이미 그 목적이 달성되었기에 기쁜 마음으로 위원 후보직을 사퇴하고자 합니다.저는 후배님들이 한없이 고맙고 자랑스럽습니다”라고 밝혔다.

문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에서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을 지내고 2018년 퇴임했다. 그러다 2020년 4·15총선, 2021년 서울시 보궐선거 등에서 각종 의혹이 터지면서 선관위는 중립성 시비에 휘말리자, 국민의힘은 지난해말 문 후보자를 야당 몫 선관위원 후보자로 추천했다. 선관위 출신으로 상임위원 등을 역임한 문 후보자를 선관위 위원으로 복귀시켜 야당 입장에서는 ‘균형’을 찾으려 했던 것이다. 중앙 선관위원은 대통령 임명 3인, 대법원장 지명 3인, 국회(여당 추천 1명, 야당 1명, 여야 공동 1명) 선출 3인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문 후보자가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당 선거관리위원으로 참여하고 이 과정에서 19일간 당원으로 가입한 전력 등을 문제 삼아 그의 청문보고서 채택을 반대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선 캠프 특보 출신인 조해주 상임위원이 오는 24일 임기 3년 만료일 이후에도 관례에 따라 퇴임하지 않고 비상임으로 전환하는 ‘꼼수’로 임기를 더 연장하려고 해 또다시 선관위는 불공정 논란에 휘말렸다. 국민의힘 등 야권은 이에 대해 “여권이 친여 선관위원으로 이번 대선과 올 6월 지방선거를 치르려는 알박기 꼼수”라며 반발했다. 그럼에도 조 상임위원은 ‘연임’을 고수하며 물러나지 않았고, 청와대도 “법적으로 문제 없다” “선거가 임박해 안정성을 위해 조 위원을 퇴임시키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월 24일 청와대에서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에게 임명장을 주고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1~9급 직원 전원과 전국 17개 시도 선관위 지도부가 지난 20일 조 위원 사퇴를 촉구하는 등 선관위 전 직원이 집단행동에 나서며 반기를 들자 조 위원은 21일 결국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의 연임을 강행하려던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7월과 올 1월 중순에는 그의 사표를 반려했으나, 이번에는 수용했다.

문 후보자가 “용기있는 후배님들 덕분에 선관위가 다시 살아난 지금 이미 그 목적이 달성됐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위원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한 것도 이런 까닭으로 풀이된다.

대통령 임명 몫인 조해주 상임위원에 이어 야당 추천 몫인 문 후보자까지 사퇴하면서 당분간 중앙선관위는 위원 총 9명 가운데 2명이 공석 상태로 있게 됐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반대해온 문 후보자가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한만큼 후임자 물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선이 40여일 앞인데다 친여 성향 논란 등으로 조해주 상임위원도 물러났기 때문에 민주당이 이번에도 강경하게 국민의힘 추천 선관위원 후보의 인준을 반대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선과 같이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르는데 야당 몫 선관위원이 없는 상태였던 경우는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선관위 내부에서도 이럴 경우 대선 결과에 어느 한쪽이 승복하지 않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56일 앞둔 12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원이 선거 홍보 문구와 그림이 래핑 처리된 계단을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도 후속 대책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대통령 임명 몫인 조 상임위원 후임 중앙 선관위원으로 외부 인사를 물색하는 한편 대통령 임명으로 취임한 이승택 위원 등 기존 선관위원 가운데 1명이 상임위원으로 이동하는 경우 등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임위원 공석’ 상태로 선거를 치를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