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을 찾아 예결위 전체회의 속개 촉구 농성을 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예결위원들과 추경안 처리 촉구 피켓을 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제공

더불어민주당이 19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에서 추경안을 단독으로 기습처리한 가운데, 국민의힘은 “날치기 무효”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여당은 야당 반대에 관계없이 내주 초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입장이라 여야 간 극심한 충돌이 예상된다. 야당은 예결위원장 사퇴까지 언급하며 반발에 나섰다.


◇ 與 “월요일 본회의서 추경 처리할 것”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예결위 간사를 비롯한 여당 의원들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이종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실에서 추경안 처리 촉구 피켓을 들고 예결위 전체회의 속개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맹성규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자영업자·소상공인의 하루는 1년과 같다”며 “선거운동보다 시급한 것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추경안 통과”라고 했다. 맹 의원은 “추경안이 통과되는 그날까지 그 아픔이 1분 1초라도 지속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2시 단독으로 예결위 전체회의를 열어 자영업자·소상공인 320만명에게 방역지원금을 300만원씩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14조원 규모 정부 추경안을 처리했다. 처리 과정에서 여당 의원들은 예결위원장실 앞에서 피켓을 들고 밤샘 농성을 벌였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과 이종배 예결위원장 간 충돌까지 발생했을 정도로 대립이 극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민주당은 본회의까지 ‘강행 처리’가 중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열어 “하루 확진자가 10만명이 넘어가는 국가 비상상황인데 오늘 예결위를 통과한 것은 다행스럽다”며 “21일 본회의를 열어 추경안을 처리해줄 것을 국회의장께 요청하겠다”고 했다. 이어 “부족 부분은 선거 이후에 이재명 후보가 밝힌 것처럼 야당 요구를 전폭 수용한 ‘2차 추경’을 하겠다고 국민께 약속드리고자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르면 21일 본회의에서 추경을 처리할 예정으로, 본회의에는 정부가 제출한 원안(14조원 규모)보다 약 2조원 가량 증액시켜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강행 처리로 선회한 것은 선거를 앞두고 코로나 상황이 악화하고 있고, ‘유능한 경제대통령’ 캠페인을 구사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 후보를 의식한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추경을 통과시키지 않고는 경제 대통령 캠페인을 할 수가 있겠냐”라고 했다. 이 후보는 추경 통과 뒤 페이스북에서 “늦어서 죄송한다”며 “곧 추가로 더 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선거 과정에서 자신이 당선되면 긴급재정명령권을 발동해서라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50조원을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野 “코너에 몰려 날치기 무리수”… 예결위원장 사퇴 고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거대책본부-원내지도부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런 가운데 추경 증액을 요구해왔던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예결위에서 추경안을 단독 처리한 것에 대해 “날치기”라고 반발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언론 통화에서 “심야에 날치기 사고를 친 것으로 무효”라며 “코너에 몰리면 무리수를 둔다더니 민주당이 무덤을 스스로 판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황규환 대변인은 “지난 1월 35조원 추경을 논의하자며 대선후보 회동까지 제안했던 이재명 후보의 말은 그저 국민 눈속임용 거짓말이었다”며 “사각지대 지원과 소급적용 등을 위한 법률을 함께 논의하자는 국민의힘 주장을 민주당은 외면하고 있어 진정성을 찾아보기가 힘들다”라고 비판했다.

예결위원장인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어 “합의 처리하려고 오늘 예결위 간사 회의도 소집해놓고 검토해보는 상황이었다”며 “오늘 중이면 합의될텐데 민주당이 저렇게 한 것은 표를 의식한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다수당의 폭거에 참담한 심정이라 위원장직 사퇴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이 본회의 처리 시한으로 설정한 21일까지 여야 간 추경 문제를 놓고 극심한 대립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