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5년 만에 정권을 탈환했지만, 당 일각에서는 이준석 대표의 ‘젠더 전략’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무난하게 이길 것이란 기대와 달리 0.73%포인트 차 박빙 승리를 한 것이 이 대표가 주도한 이대남(20대 남성) 중심 선거 전략의 역풍 때문이란 것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11일 “조종석에 앉을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이런 얘기를 한다”고 반박했다. 윤석열 당선인 측은 “대선 결과를 잘못 분석해선 안 된다”며 당내 갈등이 확대되는 것을 경계했다.
이 대표는 이번 선거전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로 대표되는 이른바 젠더 전략을 밀고 나갔다. 20대 남성을 중심으로 2030세대를 규합하고 여기에 60대 이상 기존 지지층을 합쳐 4050세대 중심인 민주당에 대한 ‘세대 포위’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방송 3사의 출구 조사 결과 20대 남성의 58.7%가 윤 당선자를 지지했지만, 20대 여성은 58%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50대 여성 모두 이 후보 지지율이 높았다. 이 대표의 전략이 오히려 민주당에 대한 여성 표 결집으로 나타났다는 게 일각의 주장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20대 여성들을 갈라치기한 부분에 대해 이 대표의 책임을 준엄하게 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가 선거에 지나치게 자신감을 보여 지지층 결집에 방해가 됐다는 지적도 있다. 이 대표는 선거 직전 “5~8%포인트 지지율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많게는 10%포인트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후보와 지도부가 총출동해 “1%포인트 차 박빙 승부”라며 지지층 총결집에 나섰다. 이 대표가 목표치를 30%로 잡았던 호남 득표율도 실제 선거에선 절반(12.9%)에도 못 미쳤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고개를 쳐들면 그 순간 진다’는 것은 선거의 공식”이라며 “이 대표가 너무 낙관적으로 말해 지지층 결집이 약해진 측면이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내부가 시끄러워지자 민주당도 ‘이준석 때리기’에 올라탔다. 6월 지방선거까지 2030 여성들의 지지세를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이 대표에 대해 “완전히 실패했다. 정치권에서 떠나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영화 ‘허드슨강의 기적’의 한 장면을 올리고 “왜 (미국 뉴욕의) 라과디아(공항)로 바로 회항에서 착륙 시도하지 않았습니까! 시도했으면 됐을 겁니다! 시뮬레이터로 테스트 했습니다!”라며 “보통 조종석에 앉을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영화 허드슨강의 기적은 탑승객 155명을 태운 여객기가 새들과 충돌해 양쪽 엔진을 잃자 기장이 회항 대신 허드슨강으로 수상 착륙을 해 승객 전원을 구한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자신이 추락하는 국민의힘을 살려놓았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물에 빠진 정당, 청년들이 구해줬더니 실패 운운하고 있다”며 “지난 18대 대선 당시 새누리당의 2030 남녀 출구 조사 득표율은 모두 30% 안팎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2030 남성에게 55%, 2030 여성에게 40%에 근접한 지지를 받았다. 이건 가슴 벅찬 승리”라고 했다. 윤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권성동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여가부 폐지 공약과 관련, “이 결단은 여가부에 대한 국민 여론과 시대정신을 따른 것”이라며 “대선 결과의 원인을 잘못 분석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