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4대강 보(洑) 해체 등 국회나 시민단체의 각종 감사 요청 건을 전담하는 감사청구조사국의 폐지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감사원을 소관 기관으로 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관계자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최재형 전 감사원장 사퇴 후 임명된 최재해 감사원장이 감사청구조사국 폐지를 골자로 하는 감사원 조직개편안 마련을 지시했다”면서 “감사원 내부에서 관련 검토 작업을 거의 다 마무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감사청구조사국 폐지안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공식적으로 제출·보고할지 막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최근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을 ‘물[水]감사’했다는 논란을 부른 감사관을 인수위 정무사법행정 분과에 파견하려다 인수위 측의 질책을 받고 급히 다른 인사로 바꾸는 일 등을 겪었다. 윤 당선인은 감사원 조직개편안과 관련해서는 후보 당시 별도의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지난해 11월 취임한 직후부터 감사청구조사국 폐지안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등 외부의 감사 청구 전담 부서를 없애는 대신 감사 청구가 들어오면 이 건을 관련 분야의 감사 부서로 바로 넘겨 처리하겠다는 취지다. 외부 감사 청구는 사회적으로 논란되는 것이 많기 때문에 이 사건을 접수 받아 자체 조사하거나 다른 감사 부서로 이첩하는 감사청구조사국은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는 경우가 잦았다. 감사청구조사국이 자체 조사를 할 경우 감사원이 민감한 사건을 축소 처리하려고 한다고 의심을 받고, 반대로 해당 분야의 감사부서로 이첩하면 대대적인 감사에 나서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원장이 이 부서 폐지안을 추진하는 것도 이 같은 논란을 아예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감사청구조사국이 폐지될 경우 국회 등 외부 감사 청구에 대응하는 기능이 현저히 떨어져 더 큰 혼란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감사청구조사국은 감사 청구 사례가 지속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지난 2009년 기존 감사청구조사단을 확대 개편한 것이다. 이후에도 감사원은 국회와 시민단체의 감사 청구 사례가 증가하고 그 중요성도 커지면서 국민권익보호 등을 위해 2019년 감사원사무처 직제 관련 규칙도 일부 개정하며 이 조직의 기능을 강화해왔다.
감사청구조사국이 없어 국회가 청구한 사건을 감사원 각 부서가 곧바로 맡을 경우 이미 진행 중인 사건이 지장을 받을 수도 있고, 또는 이 사건으로 인해 외부 청구 건이 뒷전에 밀려 감사 착수 자체가 지연될 수 있다도 있다.
전직 고위 감사원 관계자는 “조직개편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면서 “정치적 부담을 피할 의도로 감사청구조사국을 폐지하려다 오히려 다른 부서에 부담을 줄 수 있고 국민권익 목적의 외부 감사 청구 건 처리가 소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