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23일 만나는 동료 의원들에게 “좋은 인재 있으면 추천 좀 해달라”는 말부터 꺼냈다. 권 의원은 최근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에 내정됐다. 한 의원은 “지방선거 후보감을 찾는 줄 알았더니 윤석열 정부에 참여할 좋은 인재를 함께 찾자고 하더라”고 전했다. 새 정부 국무위원 후보군과 대통령실 참모 후보군까지 두루 찾고 있다는 뜻이었다.
권 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윤 당선인 측근이다. 정치권에선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의 맏형으로 불린다. 권 의원은 최근 윤 당선인 곁을 다른 사람에게 내주고 멀찍이 떨어져 있겠다며 ‘윤멀관’을 자칭한다. 하지만 윤 당선인 측 한 인사는 “당선인에게 권 의원은 공간적 거리가 의식을 지배하지 않는 경우”라고 했다.
권 의원은 윤 당선인과 1960년생 동갑내기다. 초등학교 때 외가 동네에서 윤 당선인을 처음 만났다고 한다. 두 사람 다 강원도 강릉 금학동에 외가가 있어 방학 때 어울려 지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 당선인은 서울, 권 의원은 강릉이 집이라 한동안 잊고 지내다 20년 정도 세월이 흘러 검찰 선후배로 재회했다. 1993년 권 의원이 수원지검 검사를 할 때 윤 당선인이 수원지검에 검사시보로 배치돼 다시 만났다.
정치권 사람들은 윤 당선인과 권 의원을 허물없는 친구 사이로 아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권 의원은 사법시험 9수(修)를 한 윤 당선인의 사법연수원 6기수 선배다. 그래서 지금도 서로 “당선인님” “권 의원님”이라고 존대한다고 한다. 권 의원은 “검찰에서 윤 당선인을 다시 만났을 때 사실 나는 그를 기억하지 못했다”며 “윤 당선인이 ‘강릉’ 하면서 외가 이야기를 하기에 기억이 떠올랐다”고 했다. 작년 5월 정치를 하겠다며 권 의원에게 먼저 연락해온 이도 윤 당선인이었다고 한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말을 깎아내지 않고 직설(直說)하는 게 권성동 스타일”이라고 했다. 권 의원은 작년 6월 29일 윤 당선인이 정치 참여를 선언한 후, “윤석열을 돕자”며 동료 의원 규합에 앞장섰다. 입당 촉구 연판장도 돌렸다. 하지만 몰려드는 주변 사람들에겐 “난 윤석열의 부하가 아니다. 명색이 정치 선배인데 ‘윤비어천가’를 부를 순 없다”며 ‘쓴소리 보좌역’을 자임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권 의원은 이런 뜻을 윤 당선인에게도 문자메시지로 전했고, 윤 당선인은 “쓴소리를 하면 시키는 대로 하겠다. 잘 이끌어달라”고 답장했다고 한다. 윤 당선인은 작년 11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에도 권 의원을 비서실장, 당 사무총장에 잇달아 기용했다. 지난 1월 윤 당선인이 선대위를 해체할 때 권 의원은 자리를 내려놓고 물러났지만 그 뒤로도 윤 당선인이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항상 옆에 있었다.
윤 당선인은 대선 승리 후 주변에 “권 의원은 나와 동급 아니냐”고 말했다고 한다. 윤 당선인 지인은 “당선인은 권 의원이 정치적으로 더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 같다”고 전했다. 대통령 비서나 각료로 옆에 묶어두지 않고 당에서 더 큰 역할을 하길 기대하는 것 같다는 뜻이다.
권 의원은 강릉에서 18대 총선 이후 내리 4선을 했고 국민의힘 사무총장을 두 번 지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도 했다. 이런 경력 때문에 올 5월 있을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에 나가거나 내년 전당대회 때 당대표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윤 당선인 측 인사는 “권 의원이 윤 당선인 임기 전반기 정치적 기반 조성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할 공산이 크다”고 했다.
권 의원의 최근 발언도 이런 관측을 낳는다. 권 의원은 대선 다음 날인 지난 10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직을 맡을지를 두고 “성과를 낼 자신이 있으면 맡는 것이고 자신이 없다면 맡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며칠 후 그는 윤 당선인과 문재인 대통령 회동 의제로 거론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에 대해 “문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을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함께 사면할 가능성이 100%”라고 했다. 그런 그는 23일엔 ‘안철수 총리설’에 대해 “요직을 연속해 맡는 것은 과도한 욕심”이라고 했다. 권 의원은 “개인 생각”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윤 당선인을 정치적으로 뒷받침하고자 역할 분담에 나선 것 같다”는 말과 함께 “권 의원 위치를 생각하면 윤 당선인 뜻으로 읽힐 수 있는 월권성 발언”이라는 말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