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지난 8일 서울시 마포구 홍대 걷고싶은거리 광장무대에서 마지막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6·1 지방선거 공천 경쟁이 시작되면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 사이에서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를 향한 구애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졌지만 잘 싸웠다’는 평가를 받으며 정치적 영향력을 사실상 유지한데다, 오히려 당 내부에서 지위는 공고해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이 전 지사의 정치적 고향인 경기도지사 선거를 둘러싸고 이미 주자들은 ‘이재명 후광’ 얻기 경쟁에 들어갔다.

28일 국회에서 경기도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한 5선 조정식 의원은 출마 선언 보도자료에서 자신을 ‘친이재명계 좌장’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경기도에서 이재명의 실용 진보와 과감한 도전을 계승·발전시키겠다”고 했다. 조 의원은 과거 이 전지사의 성남시장·경기도지사 출마 당시 공천심사위원장과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대선 경선캠프에서도 총괄본부장을 맡아 친이재명계의 핵심 중 한 명으로 분류됐다.

경기도지사 출마가 거론되는 새로운물결 김동연 대표는 이 전 지사와의 대선 단일화 과정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도 라디오에서 “어제 이 전 지사와 통화를 하면서 (정치개혁 등) 가치를 함께 추진하는 데 뜻을 같이 했다”고 했다.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김동연 대표가 이끌고 있는 새로운물결에 제안한다”며 “양당의 통합 논의를 개시할 것을 정식으로 제안한다”고 했다. 합당이 이뤄질 경우 김 대표의 경기도지사 출마가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대선캠프 총괄특보단장을 지낸 5선의 안민석 의원도 이번 주 중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이번 지방선거의 시대정신은 경기도를 지켜 달라는 것”이라며 “경기도를 지켜야지 이재명, 문재인을 지킬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고문은 대선에서 졌지만 굉장히 큰 선물을 받았다. 백낙청 선생은 (이 전 지사를) DJ(김대중) 이후 가장 훌륭한 정치인으로 평가하지 않았나”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장 선거를 둘러싸고도 이 전 지사의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당내에선 서울시장 후보로 ‘송영길 차출론’이 나오는 가운데, 송 전 대표와 이 전 지사가 통화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송 전 대표 출마를 촉구하는 SNS글에 이 전 지사가 ‘좋아요’를 눌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때문이 ‘송영길 차출론’을 추진하는 측에서 이른바 ‘이심(李心)’도 송 전 대표에게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같은 ‘이재명 후광’ 얻기 경쟁은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방선거를 이기기 위해선 대선 패배로 실망한 지지층이 결집해줘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이들 유권자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이 전 지사란 것이다. 이 때문에 이 전 지사측이 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연스럽게 움직임을 시작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수도권 지역 기초의원 등에서 벌써부터 ‘이재명을 보내달라’고 아우성”이라며 “이 전 지사가 움직이기 싫어도 움직일 수밖에 없는 선거”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