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윤석열 당선인이 내건 ‘청와대 개방’의 효과를 연간 2000억원으로 추산하자, 더불어민주당은 29일 “부화뇌동한 발표”라며 반발했다. 연구원의 주무 부처인 문체부 황희 장관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윤 당선인과의 회동에서 용산 집무실 이전 문제에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고 한 발언을 두고도 청와대와 당선인 측은 다른 말을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집무실에서 나오고 있다. 윤 당선인 뒤쪽은 수행실장인 국민의힘 이용 의원. /뉴스1

연구원은 전날 인수위 업무 보고에서 청와대 개방에 대한 경제적 효과를 ‘최소 2000억원 이상’이라고 발표했다. 청와대를 개방하면 관광객이 몰려 인근 상권에 연간 1490억 생산 유발 효과가 나타나고, 부가가치 유발 효과도 연 565억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었다. 연간 300만명인 경복궁 방문객을 기준으로 조사한 것인데, 외국인 관광객을 제외한 수치라 실제론 더 큰 효과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러자 민주당 김승원 의원은 이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굳이 청와대만을 보려고 관광객이 더 증가한다든가 특별히 경제 효과가 유발된다고 상상하기 어렵다”며 “정부 기관이 당선인과 국정 운영을 해야 하지만 연구원처럼 부실하게, 부화뇌동으로 정책을 발표해 국민 판단을 흐리거나 호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청와대를 관리하기 위한 인원들을 따로 뽑거나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추가로 들면 오히려 국가 예산이 더 낭비가 된다”며 “문체부 장관도 내부 경고를 하거나 문제점을 주지해줘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의 질타에 황희 문체부 장관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답했다. 황 장관은 “(연구원이 인수위에) 갑작스럽게 자료를 제출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청와대가 이전하면 면밀하게 검토하고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출신 주무 부처 장관이 산하기관의 분석에 공개적으로 신뢰성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한편,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은 대통령·당선인 회동 하루 만에 ‘집무실 용산 이전’ 문제를 놓고 다른 말을 했다. 윤 당선인 측 장제원 비서실장은 전날 회동 직후 “이전 계획에 따른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을 전했다. 장 실장은 이날도 “정권 인수인계를 원활하게 잘해야겠다는 의지를 두 분이 다 갖고 계셨다”고 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청와대의 예비비 협조는 원론적이라 봐야 하나’라는 질문에 “문 대통령도 협조 의사를 피력해준 것으로 파악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안보 공백 우려 해소 없이는 예비비 승인 등 협조가 어렵다는 기존 방침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발언은 기존 원칙을 재차 강조한 차원이라는 것이다. 윤 당선인 측이 정확한 이전 계획과 소요 예산안을 가져오면, 안보 우려와 예산 등을 구체적으로 따져보고 협조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선 윤 당선인이 요청한 집무실 이전 비용 496억원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