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강행 처리하는 과정은 아수라장이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욕설과 고성, 몸싸움이 벌어졌고 국회의원이 구급차에 실려가기도 했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로 저지에 나섰지만 민주당은 회기 쪼개기 ‘살라미 전술’로 무력화했다. 온갖 꼼수·편법을 동원한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불법적 의사 진행 방해로 국회법을 유린했다”며 관련 의원들을 징계하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3일 형사소송법 개정안까지 추가로 처리, 검수완박 입법전(戰)을 일단락 짓겠다는 계획이다.
주말인 지난 30일 오후 검수완박 법안인 검찰청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에 앞서 여야는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민주당은 “특권 검찰 시대에 종지부를 찍는다”며 목소리를 높였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검수완박은 권력 비리 은폐 시도”라고 했다. 의총 직후인 오후 3시 45분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의원 70여 명은 국회의장실로 향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면담을 거부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장실 앞 복도에 앉아서 농성했다. 김기현 의원은 의장실 문을 두드리면서 “국회의장이란 분이 이렇게 비겁하게 숨느냐”고 소리쳤다.
오후 4시 9분 박 의장이 본회의장에 출석하려고 나서면서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박 의장을 둘러싼 직원들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밀고 밀리는 몸싸움을 벌였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이 XX들아, 이러는 게 어디 있냐. 천하의 무도한 X들”이라면서 저항했지만 저지선은 뚫렸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양금희, 황보승희, 허은아 의원은 다리 쪽에 부상을 입었다. 양 의원은 들것으로 실려서 구급차에 실려 갔다. 의장실 직원이 구둣발로 정강이를 걷어찼다고 국민의힘 측은 주장했다.
소란 끝에 본회의는 예정보다 22분 늦게 열렸다. 본회의장에서 민주당·국민의힘 의원들은 ‘막말’에 가까운 고성을 주고받았다. 단상에 오른 박찬대 민주당 의원이 “합의안을 전면 부인하고 이렇게 나대시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은 야유를 보냈다.
검찰청법은 본회의 개의 6분(오후 4시 28분) 만에 재석 177인 중 찬성 172인, 반대 3인, 기권 2인으로 표결 처리됐다. 민주당 의원 161명과 범여권 무소속 의원, 정의당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일방적 법안 처리에 항의하면서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검찰청법 통과 직후 박 의장은 민주당이 제출한 ‘회기 결정의 건’을 상정해 가결했다. 이는 당일에 회기를 끝내는 ‘쪼개기 안건’이다. 이에 따라 소수당 저항 수단인 필리버스터가 6시간 58분으로 제한됐다. 필리버스터 첫 주자인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2시간 39분간 이어진 연설에서 민주당 의원들과 설전을 주고받았다. 김 의원이 “황운하 (민주당) 의원이 ‘수사와 기소가 분리됐다면 난 절대로 기소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거칠게 항의했다. 민주당이 손가락질을 하자 김 의원은 “어디서 배운 버릇이냐”고 맞받았다.
뒤이어 발언대에 오른 최기상 민주당 의원은 황 의원의 입장문을 대신 읽었다. “김 의원이 면책특권에 기대어 동료 의원에 대한 인신공격, 명예훼손 발언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최 의원은 “우리 일상에 지나치게 깊숙이 들어와 있는 경찰, 검찰, 법원을 밀어내야 한다”고도 했다.
세 번째 주자로 나선 김미애 국민의힘이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여야 합의안이 아닌 민주당 원안이 통과됐다”고 하자,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맨 앞줄까지 걸어 나와서 반박했다. 이날 최장인 2시간 48분의 김 의원 연설 도중 민주당 의원들이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치면서 “말 같은 소리를 하라”고 하자 김 의원은 “말 같은 소리지 그럼 짐승 같은 소리냐”고 대꾸했다. 필리버스터는 이날 자정 회의 종료와 함께 자동으로 끝났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튿날인 1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검수완박 법안 거부권 행사를 요구하는 ‘릴레이 시위’에 들어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 대통령이 구중궁궐 청와대 속에서 국민 목소리를 듣지 않고 있다”면서 “제가 직접 대통령과 면담해서 왜 국민들이 검수완박에 반대하는지 설명해드리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