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대 회의에서 나타난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는 ‘규제 개혁’을 통해 경제 체질 변화를 시도하면서도, ‘민생 안정’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경제 현안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여당은 이날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무능론을 집중 부각하면서도 “(우리는) 실력으로 말할 것”이라고 했다. 물가·금리·환율·부동산 등 복합 경제 위기 속에서도 ‘성과’로 국정 운영 동력을 살려나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문재인 정권은 오늘만 사는 하루살이 정권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가 역대급 폭탄을 떠안은 채 출범했다”면서도 “언제까지 지난 정부 탓, 세계 경제 위기 탓만 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성과”라고 했다. 이를 위해 여당이 꺼낸 카드가 규제 개혁이다. 그는 “사회 요소요소에서 각종 규제들이 민생을 발목 잡는 상황이다. 규제 개혁 없이는 경제 혁신, 위기 극복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물가 안정과 경제 활력 회복, 생산성 향상을 통한 성장 잠재력 확충 등을 이뤄내기 위한 경제 전쟁의 대장정이 시작됐다”고 했다.

당정이 규제 개혁 1순위로 꼽는 것은 법인세 최고세율(25%) 인하다. 이날 회의에서 권 원내대표는 수차례 법인세율 인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첫해인 2017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높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1.5%)보다 높았던 법인세 최고세율을 더 높인 것이다. 그 결과 국내 기업들의 설비 투자는 2018년(-2.3%), 2019년(-7.5%) 두 해 연속 뒷걸음질 쳤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는 각각 전년보다 13.9%, 24.2% 급증했다.

여기에 추 경제부총리는 이날 “경제 운용의 중심축을 정부에서 민간 기업과 시장으로 전환하고 공공·노동·교육·금융·서비스 등 5대 부문의 구조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도 “현재 노동시장은 이중 구조, 청년 일자리 부족 등 문제를 해결하고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해 나가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직면해있다”며 “국민적 공감대를 토대로 중단 없는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는 새 정부가 향후 법인세 인하와 함께 대대적인 공공·노동 부문 개혁에 나설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이 같은 국가 체질 개선은 상당한 고통과 정치적 충돌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물가·금리·환율·부동산 등 경제 모든 분야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개혁은 더 큰 사회적 논쟁을 낳을 수밖에 없다. 당장 법인세율 인하도 절대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권 원내대표는 “국민들이 체감하는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유류세 인하 폭 확대를 포함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물가와 민생 안정을 기해야 한다”고 했다. 민생 안정을 통한 여론의 호응 없이는 경제 개혁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여당은 특히 취약 계층 보호를 위한 기초연금 인상과 저소득 국가유공자 생활수당 확대, 한부모 가족에 대한 양육비 비중 상향 조치 등을 정부에 요청했다. 이 중 핵심은 기초연금이다. 현재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인 소득 하위 70% 고령자에게 월 30만7500원(올해 기준)을 지급하고 있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4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이 같은 당정의 경제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올 하반기 이후 경기 침체까지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대적인 감세는 국가 채무만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기초연금을 과도하게 올리면 자칫 국민연금 가입자의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