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서해에서 우리 공무원이 북한군에 사살·소각된 사건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20일 국민의힘은 이 사건뿐 아니라 “2019년 발생한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도 진상 규명에 나서겠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발생한 다른 안보 의혹 사건으로 전선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우상호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저분들(윤석열 정부)은 ‘그 당시 월북으로 조작했다’고 주장하고 싶은 건데, 문재인 정부가 월북으로 조작할 동기가 어디 있느냐”고 반발했다. 문재인 정부 흠집 내기라는 것이다. 민주당 설훈 의원은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 반박하다 “이게 무슨 짓이냐, 아무것도 아닌 일로”라고 했다가 곧바로 “죄송하다”고 했지만 발언의 적절성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野 "월북으로 조작할 동기 없다" - 더불어민주당 우상호(왼쪽)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우 위원장은 이날“저분들(윤 정부)은‘그 당시 월북으로 조작했다’고 주장하고 싶은 건데, 문재인 정부가 월북으로 조작할 동기가 어디 있느냐”고 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은 ‘해수부 공무원 월북 몰이 진상 규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오는 21일 첫 회의를 열기로 했다. 단장은 하태경 의원이 맡았다. 하 의원은 “며칠 전 해경 간부에게 물어보니 ‘이씨가 북한, 조류, 월북 등 단어로 검색한 기록이 하나도 없었다’고 했다”며 “월북이라는 건 처음부터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당시 정부가 공무원에 대해 도박 빚 부풀리기, 심리 상태 왜곡, 조류(潮流) 조작, 방수복 은폐 등을 과장한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TF는 3년 전 ‘탈북 어민 강제 북송’도 조사 범위에 넣기로 했다. 당시 북한 어민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들이 동료 살해 혐의가 있다는 이유로 귀순 5일 만에 강제 북송했었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한·아세안 특별 정상 회의 초청 친서를 보냈다. 그리고 같은 날 탈북 어민 2명을 추방하겠다고 북에 서면으로 통보했다. ‘김정은 초청장’에 ‘어민 북송문’을 동봉한 셈이다. 북이 “보내라”고 하자 다음 날 북송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당시 귀순 어부들은 호송줄로 묶인 채 안대까지 쓰고 북송됐다”며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을 사지로 내몬 반인륜적 행태의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해 규명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도 “국민 보호가 국가의 첫째 임무인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 국민이 의문을 갖고 있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처리하겠다”고 했다.

이날 설 의원은 ‘아무것도 아닌 일’ 발언을 바로 취소했지만 정치권에선 민주당의 잠재적 인식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우상호 위원장도 “우리 국민이 북한 군인에 의해서 희생됐고, 항의했고, 사과를 받았다”며 “그분의 월북 의사가 있었는지 아닌지가 뭐가 중요한가”라고 했었다.

진실 공방이 격화하면서 당시 ‘월북 판단’의 근거였던 ‘비공개 정보’ 문제도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핵심 자료들이 최장 15년간 비공개 처리되는 ‘대통령기록물’로 봉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기록물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가 있거나 서울고등법원장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이 있어야 열람할 수 있다.

이를 공개하라는 여권 압박에 대해 21대 국회 전반기 국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2020년 9월 24일 국회 국방위 비공개 회의록도 공개하자”고 역제안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이것으로도 의문이 풀리지 않으면 윤석열 정부의 판단 아래 미국 측의 협조를 받아 당시 SI(특수정보)를 공개하면 된다”며 “다만 이 정보는 민감한 정보 출처가 관련된 만큼 대한민국 안보에 해악이 뒤따른다는 것을 주지하기 바란다”고 했다.

우상호 비대위원장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SI 정보 공개 여부와 관련해 “여당이 생각할 때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공개하는 것에 협조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개합시다. 그런데 북한한테 얻은 정보, 첩보, 루트와 과정을 공개해야 하는 게 맞느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