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게시판은 9일 이낙연 전 대표가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사망을 애도한 메시지를 두고 들끓었다.
미국에 체류 중인 이 전 대표는 8일 밤 페이스북을 통해 “무거운 충격에 짓눌려 다른 생각을 하기가 어렵다”며 “아베 총리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국회의원과 국무총리로 있던 때 아베 전 총리와 여러 차례 만났다면서 “정치 외교의 문제에서 늘 생각이 같았던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 신뢰는 지키며 지냈다”며 “그런 만남의 기억이 하나하나 떠오른다”고 했다.
이 전 대표는 그러면서 “요즘 미국에서도 그렇지만, 아베 총리 피격에서도 저는 민주주의의 위기를 느낀다”고 했다. 그는 “인류가 수많은 희생을 치르며 성숙시켜 온 민주주의가 여기저기서 부서지는 것을 목도하곤 한다”며 “극단 세력의 무도한 폭력이나 일부 지도자의 일그러진 성정 등 그 무엇으로도 민주주의가 위협받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는 다시 경계하며 결의를 모아야 한다”고 했다. 일본의 최장수 총리의 갑작스럽고 충격적인 사망에 ‘민주주의 위기’를 언급한 것이다.
이를 두고, 민주당 권리당원만 글을 쓰거나 열람이 가능한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이 전 대표를 비판하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한 당원은 “아베와 민주주의는 왜 연결하느냐”며 “애도할 거면 애도만 깔끔하게 하라, 당신이 생각하는 민주주의 롤모델이 아베여서 180석 민주당을 그렇게 만들었느냐”고 했다. 다른 당원은 “이낙연은 제정신이냐”며 “우리나라를 망하게 하겠다고 경제 보복을 하고, 우리나라에 전쟁을 유발해서 전쟁 난민 발생시 다 죽일 것이라던 아베를 추모?”라고 했다. 또 다른 당원은 “이 전 대표가 아베 전 총리 사망을 너무 아쉬워한다”며 “당신은 친일파냐”고 했다. 이 당원은 지난 2019년 10월 나루히토 일왕 즉위 행사에 이 전 대표가 참석하면서 다른 일본 정치인과 같은 ‘연미복’을 착용했던 사진을 게시하기도 했다. 당시 이 전 대표가 한복이나 일반적인 정장이 아닌 연미복을 착용해 일각에서 비판이 나왔던 사건을 다시 꺼낸 것이다.
하지만 이 전 대표를 비판하는 글에 대한 반박도 나왔다. 한 당원은 “이 전 대표가 옳은 말 한 마디 하면 벌떼처럼 덤벼드는 상식 이하의 당원들이 있다”며 “저질 언어 폭력으로 민주당을 분열시키는 비열한 당원들이다. 당을 위해 민주당을 떠나거나 자중하기 바란다”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 대선 경선에서 이재명 의원과 경쟁했던 이 전 대표가 뭘 하든 색안경을 끼고 비판부터 하고 보는 강성 당원들이 아직도 상당히 많다”며 “이번도 비슷한 사례가 반복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