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11일 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 처분을 받은 이준석 대표를 겨냥해 " 지난 대선과 지선 승리는 당의 승리이자 국민의 승리이다. 특정인의 인기나 개인기만으로 이뤄낸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이준석 대표를 대신해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윤리위는 독립 기구로서 당대표라 할지라도 그 결정을 존중하고 수용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이 대표가 8일 당 윤리위원회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 결정에도 “당대표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다”며 불복 의사를 밝히자, 권 원내대표가 연일 이 대표를 겨냥해 윤리위 결정 수용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이제 두 달밖에 되지 않았다”며 “우리가 집권 여당으로서 국정 과제를 적극 뒷받침하고 민생 현안을 챙겨도 부족한 때다. 그런데 당 내부 문제로 인해 각종 개혁 과제들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국정 운영에도 상당한 부담 안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 징계는 당으로서도 매우 불행한 일”이라면서 “이준석 당대표는 지난 대선과 지선에서 청년층을 위한 정책 개발과 ‘나는 국대다’와 같은 혁신적인 시도에 앞장섰으며 당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청년층의 관심을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준석 대표가 2030 세대 청년층 지지를 이끌어낸 공을 인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권 원내대표는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듯 당의 주인은 당원이다. 우리 당이 숱한 고비를 넘어 5년 만의 정권 교체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이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함께 뛰어주셨기 때문”이며 “당대표뿐만 아니라 원내대표, 최고위원, 누구 하나 예외 없이 모든 당직자들은 당원과 국민을 위해 쓰이는 도구일 뿐이다. 우리가 주인이라고 착각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했다. 이준석 대표가 자신의 성상납 의혹에 대한 징계 결과를 내린 윤리위에 대해 당대표 권한으로 번복해선 안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앞서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에 대한 징계 결정 직후 ‘직무대행 체제’를 선언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 직무정지 상태를 ‘궐위’가 아닌 ‘사고’로 규정하고 조기 전당대회 개최 가능성을 차단했다. 이준석 대표에 대한 ‘당원권 6개월 정지’ 처분 이후, 국민의힘에선 ‘새로운 대표를 뽑을 수 있는지’가 최대 쟁점이다. 당내 초선과 재선, 중진 의원들이 이날 각각 모임을 연 후 뒤이어 의원총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한다. 이 대표의 잔여 임기를 채우기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또는 공식 당 대표를 뽑는 조기 전당대회 등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다만 시간이 흐를수록 당내에선 “비대위 혹은 조기 전당대회 카드는 윤리위 징계에 승복하지 않는 이 대표를 자극해 당 내홍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분간 권성동 원내대표의 직무대행 체제가 유지되는 안이 유력하다는 것이다.
직무대행 체제와 관련해 권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 후 브리핑에서 “나라에 헌법이 있고, 당에는 당헌, 당규가 있다. 기획조정국에서 당헌당규를 해석한 결과에 의하면, 당대표가 궐위된 경우 외에는 임시전당대회를 열 방법이 없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기조국에서 여러 법률가의 자문을 구해서 해석한 바에 의하면, 이 대표의 당원권 정지는 당대표의 궐위가 아닌 사고라 보는 게 타당하다는 보고가 올라왔고, 그에 대해 최고위원 전원이 기조국의 해석이 맞다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전당대회를 열 방법이 당헌당규상에 없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