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6월 27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기 앞서 배웅나온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악수하는 모습./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윤한홍 의원 등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과 저녁을 함께하며 이준석 대표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 처분에 따른 수습책을 논의했다. 권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만찬 다음 날(11일)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 등을 통해 당대표 직무대행으로 추인받았고, 12일에는 이 대표가 반대했던 당 최고위원 임명 방침을 밝히는 등 자기 색깔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과 윤핵관들의 만찬에 장제원 의원도 초청받았지만 선약을 이유로 불참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권 원내대표는 “이 대표의 당원권 정지는 당대표 ‘궐위’가 아닌 ‘사고’로 보는 게 맞는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직무대행 체제 계획을 설명했다고 한다. 당초 대통령실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혹은 조기 전당대회 등을 통한 새로운 지도부 구성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직무대행 체제일 경우 6개월 후 이 대표가 복귀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실 정무 라인은 비대위 체제를 통한 새로운 리더십을 원했고, 이 같은 메시지를 당에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자 권 원내대표가 직접 대통령을 만나 당헌·당규상 새 지도부 구성은 어렵다는 뜻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에 윤 대통령은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는 게 좋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당 내부 일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여권 관계자는 “당내 상황을 청취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만찬 회동 다음 날 국민의힘 내부가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로 빠르게 정리된 것은 ‘윤심’이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날 회동에선 최근 지지율 하락과 인사 문제 등에 대한 우려도 논의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과 윤핵관들은 “결국은 경제를 살려서 실력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당정이 일치단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한다. 이후 국민의힘 초선·재선·중진 의원들은 11일 각각 의원 모임을 갖고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혔고, 의원총회를 통해 직무대행 체제를 사실상 추인했다.

이후 권 원내대표는 자신의 색깔을 본격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는 12일엔 안철수 의원이 추천한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2명 임명과 관련, “당과 당(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의 사항이므로 지켜야 한다”며 “시기는 최고위원들과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했다. 앞서 안 의원은 국민의당 몫으로 국민의힘 소속인 정점식 의원 등을 최고위원으로 추천했으나 이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 의원 추천은) 합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공개 반대했었다. 권 원내대표는 6·1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공석이 된 47개 선거구의 조직위원장 공모 작업도 자신의 손으로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일부 친윤(親尹) 강경파는 권 원내대표가 대통령의 뜻을 잘못 읽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라”고 한 것은 ‘원론적’인 얘기일 뿐이지, 이 대표가 복귀할 여지가 있는 직무대행 체제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란 것이다. 실제 ‘조기 전당대회파’로 알려진 장제원 의원은 대통령과의 회동에 참석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다음 날 의원총회에도 가지 않았다. 한 재선 의원은 “장 의원은 요즘도 윤 대통령과 수시로 통화하고, 비공식적으로도 만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장 의원이 윤 대통령의 뜻을 더 잘 읽었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