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팔 들린채 北으로 질질 - 정부 관계자들이 몸부림치는 귀순 어민들의 겨드랑이 밑으로 팔을 끼워서 제압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12일 통일부는 당시 강제 북송 장면이 담긴 사진 10장을 공개했다.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은 15일 ‘귀순어민 강제북송’과 관련해서 “이웃집에 흉악범이 살도록 허용하라는 말이냐”면서 일제히 반격했다. 당초 민주당은 “북한어민들의 귀순 진정성이 없다”고 해왔지만, 통일부가 이들이 강제북송 직전에 거세게 저항하는 사진을 공개한 이후부터는 이들이’흉악범’임을 강조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변호한 ‘페스카마호 사건’을 거론하면서 반격했다.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이 선상(船上)살인 사건의 변호인으로 “가해자도 품어줘야 한다”는 논리로 결국 감형을 얻어냈다는 것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당 회의에서 귀순어민들을 겨냥해 “국민들은 자기의 이웃집에 16명의 인명을 살상한 흉악범이 살도록 허용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흉악범을 북측에 범죄인으로 인도했다고 해서 이를 반인륜적 반인도적 범죄로 규정한 이 정부의 여론몰이가 너무 도를 넘었다”고 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뉴스1

같은 당 김병기 의원도 귀순어민들이 흉악범임을 부각했다. 김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북한에서 흉악한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치다 나포된 자들에게도 자유를 줄 정도로 대한민국이 한가롭고 여유로운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북한 주민도 한국 국민 아니냐’는 반박에 대해 “실효적으로 저희가 지배하고 있는 대한민국 영토 안에 계신 국민들의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모든 판단의 첫 번째 기준은 국민의 안전과 안녕이 돼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흉악범’임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강제북송 연속촬영 사진이 공개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문재인 정부는 줄곧 강제북송의 배경에 대해서 “귀순의사의 진정성이 없다”고 해왔다.

하지만 2019년 11월 7일 강제북송 되기 직전 판문점에서 자해하면서 저항하는 장면이 공개되자 야당 측에서 ‘흉악범 강조’로 대응 전략을 수정했다는 것이다.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던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은 ‘엽기 살인마’를 보호하자는 말이냐”고 했던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23년전 페스카마호… 어제 북한으로 인계된 목선 - 과거 문재인 대통령이 변호를 맡은 '페스카마호 선상 살인 사건'(1996년)과 2019년 북한으로 추방된 선원 2명이 벌인 '해상 살인 사건'이 판박이처럼 닮았지만 결론은 180도 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문 대통령은 살인 혐의를 받던 조선족 선원 6명을 끝까지 변호했다. 왼쪽 사진은 사건 직후 부산해경항에 정박중인페스카마호(254t). '해상살인사건'이 벌어진 목선(17t)이 8일 우리 해군함정에 예인되고 있다(오른쪽사진).

하지만 이와 대조적으로 1997년 문재인 전 대통령은 ‘페스카마호 선상 살인 사건’의 조선족 살인범 6명에 대해 “우발적으로 발생한 폭력 사건”이라며 변호했었다. 당시 조선족들은 한국인 선장 등 11명을 살해하고 시신은 바다에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선족 선원들이 일이 서툴고, 평등주의가 강한 중국식 사회주의 문화로 인해 (상하관계를)멸시로 받아들이면서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 당시 문 전 대통령의 논리였다.

결국 1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던 가해자 5명은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유일한 사형수였던 주범(主犯) 전모씨도 문 전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재직하던 2007년 특별 사면됐다.

문 전 대통령은 2011년 언론 인터뷰에서 “전씨도 특별 감형으로 무기징역을 살게 됐으니 결과적으로 (나의) 변론이 결실을 봤다”며 “‘페스카마15호’ 사건의 가해자들도 동포로서 따뜻하게 품어줘야 하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재판 이후에도 부산 인권단체들과 함께 영치금을 넣어준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 인스타그램

국민의힘은 “가해자도 품자던 자칭 인권변호사 문 전 대통령은 어디갔느냐”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페스카마호 사건은 재판에서 사형이 확정된 사안인데도 문 전 대통령이 열심히 변호해서 형이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태영호 의원도 “귀순어민들은 문명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재판도 없이 사흘만에 ‘처형’될 것이라고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귀순어민들을 흉악범이라고 단정한 정부 측의 심문 기간은 이례적으로 짧았던 점도 지적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탈북자들은 수개월에 걸쳐서 심문 받는데, 귀순 어민의 조사 기간은 3~4일에 불과했던 것이다. 합동 조사단은 이들이 동료 16명을 살해한 현장인 소형 어선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북측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가 ‘증거인멸’ 우려에도 신속하게 선박을 소독하고 북측에 넘긴 점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통상적으로 선박소독 요청은 검역주무기관인 농림축산식품부가 의뢰하는데, 당시 범죄흔적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컸던 귀순어민들의 오징어잡이 어선만큼은 유일하게 국정원에서 소독 의뢰한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