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제74주년 제헌절 경축행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2.7.17/국회사진기자단

여야가 17일에도 원(院) 구성 협상을 마치지 못했다. 입법부 없이 제헌절을 보낸 것이다. 여야는 당초 제헌절을 협상 마지노선으로 정했지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과 행정안전위원장 자리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여야 지도부는 이날 제헌절 경축식 참석에 앞서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사전 환담을 했다. 김 의장은 “본회의 날짜는 기입을 해놨는데 본회의를 여는 열쇠가 아직 도착을 안 했다”며 조속한 원 구성 합의를 당부했다. 하지만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여야 지도부 간 신경전도 오갔다. 권 대행과 박 원내대표가 말없이 악수 인사를 나누자, 김영주 부의장은 “눈을 좀 마주치시라”고 농담조로 말했다. 그러자 박 원내대표는 “맨날 눈 마주친다. 불꽃이 튀어서 문제지”라고 했다. 권 대행은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과 대정부질문을 먼저하고 그 이후에 상임위원장을 뽑자고 제안했다. 박 원내대표는 “그것도 방법인데”라고 간단히 호응했다. 하지만 이후 비공개로 이어진 환담은 4분 만에 종료됐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변수가 있다면 민주당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 뿐인데 그럴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여야는 과방위와 행안위 자리를 두고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과방위나 행안위 둘 중 하나를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두 상임위를 모두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의장이 지난 15일 과방위의 ‘방송 정책’ 관련 기능을 조정하는 내용의 중재안을 내놨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양금희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은 하루속히 민생 현안을 처리하기 위해 대승적으로 국회의장단 우선 선출에 임했을 뿐 아니라, 민주당에 행안위와 과방위 중 원하는 상임위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제안했다”며 “그러나 민주당의 독선에 가로막혀 국회는 원 구성을 못한 채 제헌절을 맞이하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조오섭 대변인은 “(국회 공백은) 윤석열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할 국회가 열리는 것을 최대한 늦추려는 집권 여당의 비겁한 꼼수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