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지난달 6일부터 10일까지 3박 5일 일정으로 미국 뉴욕을 다녀왔다. 미 타임지 초청 ‘넥스트 100인 2021′ 행사에 참석하기 위한 출장이었다. 초청 행사였지만, 장 의원은 항공비 892만원과 숙박비 126만원 등 총 1155만원을 국회로부터 지원받았다. 국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출장 결과 보고서를 보면 행사 참석 사진 등이 들어가 있다. ‘방문 성과’ 항목은 A4 용지 1장 분량이다. 장 의원은 “세계적인 정치 지도자뿐 아니라 업계 리더와 핵심 인사를 만나 국제적 연대 기틀을 마련했다”고 했다.

국회가 ‘개점휴업’한 50여 일 동안 50명이 넘는 의원이 해외 출장을 다녀왔거나 곧 떠날 예정이다. 최근 항공비가 크게 올랐지만, 의원들의 해외 출장은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6~7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이들 의원은 “한참 전에 정해진 일정” “꼭 필요한 출장”이라고 했다. 그러나 여야 모두에서 “국회가 열리지 않을 때마다 온갖 출장이 이어지는 건 여전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경협·김주영·김영배 의원은 지난달 5일부터 11일까지 미국 워싱턴과 뉴욕을 방문하면서 항공비 3336만원, 숙박비 1027만원 등 총 5815만원의 세금을 썼다. 이들의 결과 보고서에는 워싱턴에 있는 한국전 참전 기념 공원을 찾아 찍은 기념사진 등이 올라와 있고, 현지에 있는 외교부 관계자를 만나 노고를 격려했다고 적혀 있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 무소속 양향자 의원과 함께 지난달 12일부터 3박 6일 일정으로 덴마크에 다녀오면서 항공비 3250만원, 숙박비 824만원 등 5696만원을 지원받았다. ‘덴마크형 방역 해제 모델’의 국내 도입 모색이 목적이라고 했다.

의원들은 해외 출장을 다녀온 뒤 한 달쯤 뒤에 국회에 결과 보고서를 제출한다. 국회에서도 한 달 안에만 제출하면 문제삼지 않는다. 이 때문에 국민 세금 지원을 받아 가면서도 누가 어디에 어떤 목적으로 출장을 가는지 사전에 외부에서 알기는 쉽지 않다. 지난 4월엔 탈원전을 주장하던 민주당의 홍익표·이재정·이장섭 의원 등이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와 방사성 폐기물 처리 선진 사례 조사’를 목적으로 6박 8일 동안 오스트리아·프랑스를 다녀오면서 6000만원 넘는 돈을 썼는데, 이 같은 내용은 5월 11일 국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보고서를 통해 알려졌다.

공개되는 결과 보고서도 방문 목적과 일정, 방문 성과 등이 형식적으로 나열된 것이 대부분이다. 국회 관계자는 “수천만원 세금을 쓰면서 이렇게 허술한 보고서만 제출하면 넘어가는 곳은 국회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