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 도중 발신자명이 '대통령 윤석열' 이라고 적힌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향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고 언급하며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가 카메라에 포착됐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이 대표를 둘러싼 당 내홍 상황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이 대표에 대한 문자가 공개되면서, 이른바 ‘윤심(尹心)’ 논란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자 공개 이후에도 이 대표는 이 문제에 침묵했다.

이 내용은 권 대행이 이날 오후 4시 10분쯤 국회 본회의장에서 휴대전화를 열어 윤 대통령과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국회 사진기자단 카메라에 포착됐다. 권 대행이 절반쯤 열어본 휴대전화에는 ‘대통령 윤석열’이라는 발신자가 오전 11시 39분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이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고 했다. 이에 권 대행은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라고 답했고, 윤 대통령은 오후 1시 39분 좋다는 의미의 ‘엄지 척’ 이모티콘을 보냈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일 출근길 문답에서 이 대표의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 결정을 두고 “저도 국민의힘 당원 한 사람으로서 참 안타깝다”며 “대통령으로서 당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나 여당 일부에선 이날 공개된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통해 이 대표의 징계 과정에 윤심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7월 1일 나토(NATO)정상회의를 마치고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한 윤석열 대통령이 마중나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뉴스1

문자를 보면 윤 대통령이 친윤(親尹)으로 지도부를 구성해 당에 대한 친정 체제를 구축하려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윤핵관의 ‘맏형’으로 꼽히는 권 대행에게 “계속 이렇게 해야”라고 한 것은, 당내 이견 없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과 권 대행이 나눈 대화가 노출되면서 당내 분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당장 이날 저녁 국민의힘 홈페이지 당원 게시판에는 ‘당원이지만 현 정부 반대에 앞장설 것’ ‘윤 대통령이 이준석 쫓아냈다’는 글이 수십 건씩 올라왔다.

권 대행은 이날 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당원 동지들과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며 “대통령께서는 당대표 직무대행까지 맡은 저를 위로하면서 고마운 마음을 전하려 일부에서 회자되는 표현을 사용하신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오랜 대선 기간 함께해 오며 이준석 당대표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낸 적이 전혀 없었다”며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은 전적으로 저의 잘못”이라고 했다. 그러나 한 당직자는 “대통령이 당대표를 향해 ‘내부 총질’이라고 했는데 그게 실수겠느냐. 당이 어떻게 이런 콩가루 집안이 됐나”라고 했다. 반면 이준석 대표는 메시지가 공개된 뒤에도 자신의 SNS에 관련 반응을 올리지 않고 “울릉도에 와 많이 배웠다”고만 했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윤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과, 6·1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을 위해 유세하는 사진 7장을 올리고 “내부 총질”이라고 적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인스타그램 계정에 별도의 설명 없이 윤 대통령의 텔레그램 메시지 사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