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고 언급한 문자 메시지가 노출된 데 따른 파문이 커지자, 27일 국민의힘 지도부와 대통령실은 사적(私的) 대화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온종일 가라앉지 않았다.
대통령의 문자 메시지를 노출한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저의 부주의였다”면서 전날에 이어 거듭 사과했다. 권 대행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90도로 허리를 굽히면서 “사적인 문자 메시지가 저의 부주의로 유출·공개됐다”면서 “심려 끼쳐드린 점에 대해 당원·국민 여러분에게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문자 메시지 내용에 대해서는 “본의 아니게 유출됐기 때문에 관련 질문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제 프라이버시도 보호받아야 한다”고 했다. 권 대행은 전날 ‘내부 총질 당대표’라는 문자메시지 내용과 관련해서 “대통령께서 일부에서 회자되는 표현을 사용하신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었다.
권 대행은 원내대표에 취임한 이후 이날까지 검수완박 중재안 합의(4월 24일),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7월 20일), ‘내부 총질’ 문자 메시지 노출(7월 26일) 등으로 모두 세 차례의 대국민 사과를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이 대표에게 부정적인 ‘특정 표현’과 관련한 언급을 피했다. 사적인 대화인 만큼 정치적 해석을 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이 대표 징계에) 윤심이 작동됐다, 이런 것들은 다 추측”이라면서 “사적 공간의 이야기를 너무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도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자) 내용으로 보면 윤 대통령이 권 대행의 노고에 격려하는 취지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대통령실 또한 “사적인 대화 내용이 노출되어 국민이나 언론의 오해를 일으킨 점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최영범 홍보수석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제가 아는 한, 당무는 당지도부가 알아서 잘 꾸려나갈 일이고 윤 대통령이 일일이 지침을 주거나 하지 않는다”며 “이준석 대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뜻으로 언급하는 바를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당 안팎에선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대통령께서 당대표를 싫어하셨다는 소문이 원치 않는 방식과 시기에 방증(傍證)된 것 같다”며 “설사 당대표가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했다고 해서 그것을 내부 총질이라고 인식하셨다는 것이 정말 당황스럽다”고 했다.
천하람 혁신위원도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드러냈다”며 “이런 의견이 ‘윤핵관’에게 영향을 준 것이라는 의혹은 계속 나올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홈페이지 당원 게시판에도 당 행태를 비판하는 글이 이날 하루에만 1000건 이상 게시됐다.
당 지지율이 하락하고 권 대행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상황과 맞물려 차기 당권주자로 구분되는 김기현·안철수 의원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이날 김 의원이 주도하는 의원모임인 ‘혁신 24 새로운 미래(새미래)’에서는 권영세 통일장관이 ‘한반도 정세와 새로운 대북정책의 모색’ 주제로 강연했다. 모임 직후 김 의원은 문자 파문에 대해 “어떤 경위가 있었는지 자세히 알지 못한다”면서도 “결과적으로 문자가 공개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당권주자인 안 의원도 민(民)·당(黨)·정(政) 토론회를 통해서 국민의힘 의원들과의 접촉면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의사 출신인 안 의원은 이날 경기도 평택의 코로나 백신 물류센터를 방문해서 “언젠가는 치사율과 감염력이 모두 높은 신종 감염병이 오면 굉장히 혼란할 것”이라며 “미리 시나리오를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