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겸 대표 직무대행의 거취 문제를 놓고 28일 여권 내 논란이 일고 있다. 여권 일부에서는 권 대행이 ‘내부 총질’ 문자를 노출하는 등 리더십에 상처가 난 만큼 비대위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쪽에선 권 대행이 내려오면 당내 혼란만 커질 수 있어 이준석 대표의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현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권 대행이 취임 후 약 100일간 이미 세 차례나 사과를 했다”며 “한계를 노출했고, 대표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의견이 의원들 사이에서 일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껏 권 대행은 이번 문자 유출 사건을 포함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 합의’ ‘9급 공무원 최저시급 발언’ 등에 대해 세 차례에 걸쳐 사과했다. 이 때문에 강경파 인사들은 이날 일부 최고위원이 먼저 사퇴하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의견이 갈렸지만, 한 최고위원은 “다들 (최고위원 자리를) 안 던지면, 나라도 먼저 상징적으로 던지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권 대행 체제가 한계에 달했다는 측에서는 이것이 윤석열 대통령의 뜻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당헌당규상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은 당대표 궐위 혹은 최고위원회 기능 상실 등일 때 가능하다. 그러나 이준석 대표의 징계는 ‘궐위’가 아닌 ‘사고’로 이미 정리됐다. 따라서 최고위 기능 상실 상태가 돼야 비대위 전환이 가능하다. 문제는 최고위 기능 상실을 정의하기 위해 최고위원 전원이 사퇴해야 할지, 아니면 현재 7명 중 과반인 4명이 사퇴해야 할지를 놓고는 해석상 논란이 있다는 것이다. 당 사무국은 전원이 사퇴해야 ‘기능 상실’로 볼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반대쪽에선 현실론을 들어 권 대행 체제 유지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준석 대표가 ‘당원권 정지 6개월’이란 사상 초유의 징계를 받은 상황에서, 권 대행까지 흔들리면 당이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중진 의원은 “윤 대통령의 뜻도 순리대로 가자는 것이라고 알고 있다”며 “최근에도 이 같은 뜻을 당에 직접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대통령의 뜻을 놓고 양측이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여권 내부에선 이 대표에 대한 수사 결과가 8월 중으론 발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일 이 대표가 기소되면 이를 근거로 또다시 제명 등의 중징계를 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비대위나 조기 전당대회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권 대행은 29일 열릴 최고위원 회의에서 안철수 의원이 국민의당 몫으로 추천한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과 김윤 전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을 최고위원으로 선임할 수 있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하는 전국위원회 개최를 의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던 김재원 전 의원을 대체할 최고위원 선임 건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권 대행은 1일쯤 의원총회를 열어 자신의 재신임을 묻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의원은 “결국은 최고위와 의총을 지켜봐야 가닥이 잡히지 않겠느냐”며 “이 과정에서 대통령의 뜻도 명확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