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1일 선수별 의원 간담회, 의총 등 각급 회의를 소집해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등 당 쇄신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9일 배현진 최고위원을 시작으로 31일까지 조수진·윤영석 등 최고위원 줄사퇴로 사실상 지도부 해체 수순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준석 대표와 가까운 정미경·김용태 최고위원 등이 당헌상 근거 미비를 이유로 비대위 체제 전환이 불가하다고 주장해 이날도 내부 진통이 계속됐다.
비대위 체제 전환과 비대위원장 임명을 위해서는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전국위 의장인 5선 중진 서병수 의원은 ‘현 상황이 당헌 해석상 비대위 전환이 필요한 비상상황으로 보기 어렵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비대위 전환에 동의하는 의원들 사이에서도 권성동 원내대표의 원내대표 자신 사퇴 여부를 놓고는 찬반이 갈려, 이 또한 내부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원내대표직을 내려놔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는 취재진 물음에 말을 아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최고위원 간담회를 시작으로 초·재선 등 선수별 의원 간담회, 의원총회를 잇달아 소집했다. 비대위 전환 절차를 밟기 위해 의원들의 의견을 모으려는 시도로 해석됐다.
그러나 이날 최고위 간담회는 권 원내대표와 성일종 정책위의장만 참석하고, 정미경·김용태 최고위원 등은 불참해 사실상 불발됐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이준석 대표가 당원권 6개월 징계로 자리를 비운 사이 당 지도부를 비대위로 전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사퇴하지 않는 한 비대위로 가기 어렵다”면서 “법원에서 보면 비대위로 가는 게 꼼수로 보일 수 있다. 비대위는 당원권 6개월 정지가 아닌 제명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이 대표가 법적 대응을 하면 (법원이) 가처분을 받아주는 상황이 된다”고 ‘절차상 문제’를 거듭 제기했다.
김용태 최고위원도 라디오에서 비대위 체제 전환에 대해 “정치적 명분도 찾지 못했고 원칙적으로 당헌당규상 명분도 찾지 못했다. 최고위원 보궐선거를 통해 지도체제를 다시 정비하면 되는 것”이라며 “비대위가 들어서게 하려고 지금 ‘비상 상황’을 만들려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최고위 간담회는 열리지 않았지만, 오전 11시 초선 간담회는 예정대로 개최됐다. 초선 모임 운영위원인 노용호·서범수·이주환·전주혜 의원은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을 만나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지도부가 주말에 비대위 전환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이고, 저희는 지도부의 결정에 적극적으로 공감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1시30분에는 재선, 오후 2시에는 3선 간담회를 잇달아 연 뒤, 오후 3시에는 의원총회를 열어 비대위 전환에 대한 총의를 모으겠다는 방침이다. 권 원내대표는 오전 불발된 최고위 간담회도 오후에 재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의총은 비대위 전환 가능 여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원 상당수가 당 지지율이 윤석열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과 함께 동반 하락하는 상황인 만큼, 타개책으로 비대위 체제 전환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선 “제대로 된 비대위 전환으로 쇄신 효과를 보려면, 권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무대행만 내려놓는 게 아니라 원내대표직에서도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대통령실 비서실장 등 일부 참모진의 교체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페이스북 글에서 “당 대표가 사퇴하지 않는 한 비대위를 구성할 수 없고 권한대행을 사퇴하면 원내대표도 사퇴하는 게 법리상 맞다”며 “지도부 총사퇴하고 새로 선출된 원내대표에게 비상대권을 주는 게 정도(正道)”라고 주장했다.
“원내대표직 유지는 별개 문제” “혼란이 더 커질 것”이라며 권 원내대표의 사퇴를 반대하는 입장도 있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권 원내대표를 바꿀 경우 혼란이 너무 극심하다. 당이 연착륙해서 빨리 안정을 되찾아야 하는데 당내 권력투쟁도 심해지기 때문에 현재 최소한의 안정 속에 변화를 추진한다면 비대위원장 정도 바꾸는 게 해법이라 본다”고 했다. 전주혜 의원도 초선 간담회 후 취재진의 관련 물음에 “너무 앞서가는 것 같다”며 선을 그었다.
권 원내대표는 일단 오후 반도체 당정 협의회를 예정대로 여는 등 원내대표로서 일정을 소화하며 당 정상화에 힘쓰는 모습이다, 그는 물밑에서는 조속한 비대위 전환을 위해 다방면으로 의원들과 접촉하며 해법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가 선수별 간담회, 의총을 거쳐 비대위 체제 전환 총의를 모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가 윤 대통령이 휴가일정에 들어간 이날 전방위적 설득 전에 들어간 것도 당내 일각의 반대 의견을 ‘정치적 의사 결정’을 통해 돌파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당내 갈등이 길어질 경우 국정 운영에 부담을 줄 공산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 30% 선이 무너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와 여권 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다른 건 몰라도 이번 주 내로 비대위 전환 등 당내 지도체제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는데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초선 김미애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최고위는 그간 두 번의 선거를 승리를 이끄는데 큰 공로가 있다하더라도, 이후 당지도부의 당원권 정지, 불협화음 등으로 지속적인 민심 이반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로 비대위를 선언해야 한다고 본다”며 “비대위 체제로 가더라도 이는 궁여지책일 뿐이고, 신속히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도) “부디 조금만 더 유연하게 주변을 살피며 국민만 바라봐달라”며 “특별감찰관과 검찰총장을 신속히 임명하시어 내부부조리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시고, 영부인께서 어떤 모양으로든 활동하고자 하신다면 제2부속실을 가동시켜 불필요한 논란을 차단시켜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