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4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서 훌륭한 사람 봤느냐”고 한 발언을 가리켜 “나와서는 안 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 아닌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 이 대표 복귀를 무산시키는 방식의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에 대한 당내 공개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1일 의원총회 후 원내 대변인단은 비대위 전환에 대해 “반대가 1명밖에 없었다”고 했지만, 침묵하던 의원들이 들고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성 상납 증거인멸교사 의혹에 대한 윤리위원회에서 소명을 마친 후 입장을 말하고 있다./뉴스1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대통령실은 이 발언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할 용기도, 이것을 교정하겠다는 책임의식도 없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참모들을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이는 자신과 가까운 박민영 청년대변인이 윤 대통령의 부실 인사 논란 관련을 공개 비판한 후 대통령의 ‘분노’를 샀다는 칼럼을 거론하며 나온 것이다.

비대위 전환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 허은아 의원은 이날 “무엇을 위한 비대위냐”며 “국민 눈에는 이준석 대표 때문에 교각살우(矯角殺牛) 하는 걸로 보일 수 있다”고 했다. 3선 중진인 조해진·하태경 의원도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 몰아내기는 당헌·당규와 법리적으로 아무런 명분도 정당성도 없다”면서 “(비대위가 출범되더라도) ‘이준석 컴백’이 가능하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을 찾아 거주자와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당내에선 ‘대통령실 책임론’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일부 친윤계 의원들도 이명박 정권 초기에 류우익 대통령 비서실장이 ‘광우병 사태’ 등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사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김기현 의원도 “정부에서도 쇄신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고, 윤희숙 전 의원도 “(윤 대통령은) 무엇이 잘못됐는지 생각해 보시고, 어떻게 다르게 할 것이라고 국민한테 말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권성동 원내대표는 초·재선, 중진의원들과의 만남을 이어가며 비대위 전환을 위한 정지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5선의 주호영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추천하는 목소리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