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뉴스1) 홍수영 기자=이재명(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4일 오전 제주상공회의소 회의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원 및 지지자와의 대화’에서 장경태(왼쪽부터), 서영교, 박찬대 최고위원 후보, 송재호 제주도당 위원장과 함께 손뼉을 치고 있다. 2022.8.4/뉴스1

더불어민주당 시도당위원장 선거에 나온 한 친문 의원은 최근 당원 등 주변에 이재명 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을 돌리며 “사실 난 이 의원과 친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러면서 상대 후보가 이낙연 전 대표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저기가 진짜 친낙(친이낙연)”이라고 귀띔하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 한 당직자는 5일 “‘나는 문재인 사람’이라고 자랑하던 게 불과 몇 년 전인데 격세지감”이라고 했다.

민주당 8·28 전당대회가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분위기로 흐르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당대표 선거와 함께 치르는 최고위원, 시도당위원장 선거 후보들이 너도나도 ‘친이재명’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지자들이 친명 최고위원을 당선시키기 위한 방법이라며 올린 글. 표가 분산되지 않게 조를 나눠 뽑으라는 내용이다. /인터넷 캡쳐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박찬대 의원은 ‘이재명 러닝메이트’를 자임하고 있다. 그는 최근 ‘이재명만으로는 벅찬데, 그럼 박찬대’라는 포스터를 만들어 돌렸다. 친명 후보들이 이 의원 현장 일정에 동행해 옆자리에서 사진 찍기 경쟁을 벌이는 것은 기본이다. 한 의원은 사정이 생겨 이 의원 행사에 참석을 못 하자 배우자를 대신 보냈다고 한다.

후보들 사이에선 이 의원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들에 대한 구애도 한창이다. 최고위원 후보인 장경태 의원은 최근 개딸 커뮤니티인 ‘재명이네 마을’에 가입 인사 글을 썼다. 다른 의원은 지난 3월부터 이 카페에 글 60여 건을 올렸다. 반면 친문으로 알려진 의원들은 직접적으로 이 의원을 비판하는 것을 피하고 있다.

개딸들은 최고위원 선거에서 친명 후보 4명 전원을 당선시키자며 ‘오더’까지 내리고 있다. 최근 진보 성향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는 ‘친명 1조는 ·, 친명 2조는 ·. 짝수년생은 1조로, 홀수년생은 2조로 투표하세요’란 글이 올라왔다. 중구난방으로 투표하다간 표가 분산돼 비명 후보가 당선될 수 있기 때문에 ‘조직적 투표’를 하자는 것이다. 야권 관계자는 “최고위가 친명으로 꾸려져야 이 의원의 당대표 생활이 수월하다”며 “비명이 많으면 2년 뒤 총선 공천권 등 사사건건 시비를 걸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어대명 기류가 강해지면서 전당대회 흥행에는 빨간불이 켜졌다는 말도 나온다. 5일까지 진행된 강원·경북·대구·제주·인천 지역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율은 직전 선거 절반 수준인 25.2%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