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합동 연설회에서 당 대표 후보인 이재명(오른쪽) 의원과 박용진 의원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당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 지역의 권리당원 투표율이 30%대를 기록했다. 이재명 의원이 80%대에 육박하는 압도적 득표를 하고도, 정작 지지층 텃밭의 분위기는 냉담하다는 말이 나왔다. 지난 6월 지방선거 때도 광주의 투표율은 30%대로 전국 최저 수준이었다. 야당 관계자는 21일 “대선 전후 민주당과 이 의원에게 실망한 당원이 그만큼 많다는 뜻 아니겠냐”고 했다.

이날 민주당 중앙선관위가 발표한 호남권 권리당원 투표율은 전북 34.07%, 전남 37.52%, 광주 34.18%로 집계됐다. 이 세 지역의 평균 투표율은 35.49%로, 전국 평균 투표율(36.43%)을 밑돌았다. 3분의 2 정도의 유권자가 투표하지 않은 것이다. 대구(59.21%)·경북(57.81%)·부산(50.07%) 투표율에 크게 못 미쳤다. 특히 ARS(자동 응답 전화)를 제외한 인터넷 등을 통한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율에서 호남 세 지역 평균은 17.3%로, 전국 최저 수준이다. 지역 관계자는 “관심도 자체가 낮아 보인다”고 했다.

호남 지역 권리당원은 민주당 전체의 약 3분의 1(42만명)을 차지한다. 저조한 투표율과 관련해 한 광주 지역구 의원은 “문재인 정부 때부터 이어진 실망감도 큰 데다, 큰 선거를 계속 지고도 당이 바뀌지 않는 듯한 모습에 등을 돌린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 지지층을 제외하곤 당원들이 투표를 포기했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아직 호남에선 이 의원을 중심으로 한 세력 교체에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는데, 그렇다고 확실한 대안조차 없으니 투표 자체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미 이 의원 승리로 판세가 확실히 기울면서 전당대회 자체에 대한 관심이 낮아진 이유도 있다. 박용진 의원은 “투표율 낮은 게 계속 마음에 걸린다” “(당원들의) 체념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많이 아쉽고 안타깝다”고 했다.

이 의원 측은 낮은 투표율로 인해 정통성 확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의원 측은 “전국 투표율 60%, 호남 지역은 적어도 40%는 나와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앞서 이낙연·송영길 전 대표가 당선된 전당대회 땐 호남에서 40%가 넘는 투표율을 기록했는데, 이보다는 많은 지지를 받아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민주당 의원은 “이제 민주당이 호남 정당이 아닌 수도권 정당으로 거듭난 만큼 호남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도 한다.

낮은 투표율과는 별개로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분위기는 이어지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전남에서 79.02%, 광주에서 78.58%를 기록해, 박용진 의원을 압도했다. 이 의원의 경선 누적 득표율은 78.35%를 찍었다. 이 의원은 전남 합동 연설회에서 “당원이 주인인 민주 정당, 합리적이되 강한 민주당을 만들겠다”며 “국민이 부여한 권한을 망설이지 않고 최대치로 확실하게 행사하겠다”고 했다. 박 의원은 “악성 팬덤이 판치고 셀프 공천과 사당화 논란으로 혼란에 빠지는 민주당은 없을 것”이라며 이 의원을 공격했다.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친명 후보 4명(정청래·서영교·장경태·박찬대 의원)이 모두 당선권을 유지하고 있다. 누적 득표율에서 정청래 의원이 26.40%로 1위, 서영교 의원이 10.84%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3위로 올라섰다. 장경태·박찬대 의원은 각각 10.84%와 9.47%를 기록해 4, 5위를 했다. 비명계에선 2위 고민정(23.39%) 의원이 전남에서 선전해 1위인 정 의원과의 격차를 좁혔고, 호남 지역구 후보인 송갑석 의원이 9.09%로 반등해 6위에 올랐다. 윤영찬·고영인 의원은 각각 6.63%, 3.34%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