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서 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호남 지역의 권리당원 투표율이 30%대를 기록한 것에 대해 22일 민주당 일각에서 “당원들이 절망해 체념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8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오른쪽)이 이원욱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호남 투표율이 낮은 것에 대해 “당의 일부 소수 강성 그룹이 과대 대표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그 동안 당을 전통적으로 뒷받침해 왔던 당원들이나 온건한 생각을 갖고 있는 당원들이 뒷전에 밀려나고 있다”며 “민주당에 대한 실망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된다”고 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의 전통적 텃밭이었고 당원들이 가장 많은 호남에서 투표율이 저조한 것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호남 투표율이 낮았던 데) 이어서 매우 큰 경고음이라고 생각된다”며 “텃밭이 흔들리면 다른 데는 더 볼 일 없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호남 빼놓고는 거의 다 빨간색(국민의힘 색)으로 뒤범벅이 되었지 않았느냐”고 했다. 그는 “민주당이 절박한,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상황”이라며 “그러면 절박성과 간절함을 갖고 당의 건강성을 회복해야 하는데, 이번 전당대회가 그런 계기로 활용됐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이 의원은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에 선출되더라도 이후에 당 운영 동력을 얻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 그 이유로 “대다수의 국민·당원들이 이번 전당대회에 참여하지 않고 방관자적 또는 이탈자적 마음으로 있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이 민심을 배반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 못지않게 민주당도 민심에 어긋나는 행태들을 보여 왔다”며 “이런 점에 대한 성찰과 쇄신, 국민의 기대에 맞는 건강한 정당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얼마나 있었는지를 정밀 점검해봐야 한다”고 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 연설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스1

당대표 선거에 출마해 이재명 의원과 경쟁하고 있는 박용진 의원도 호남 투표율이 낮은 현상을 “절망적 체념”이라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22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제가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는 절망적 체념을 박용진이라고 하는 희망으로 깨워 보겠다면서 출마 선언을 한 게 두 달 전인데, 그 출사표대로 진행되고 있지 못하다”고 했다. 박 의원은 “지금까지 분위기는 정치적으로는 민주당에 대한 당원들의 불신임, 민주당의 지금 상황에 대한 당원들의 불신임이고, 감정적으로는 실망감이고, 분위기상으로는 절망적 체념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절망적 체념’의 원인으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패배에 대한 이재명 후보의 책임론, 지난 지방선거에서의 (이재명 의원의) ‘셀프 공천’과 서울시장 차출론 등이 당 안에서 제대로 평가되고 해명되지 못한상태에서 또 다시 (이재명 의원의 당대표 선거) 출마로 이어진 것”을 들었다.

박 의원은 당원들이 박 의원을 대안으로 보고 표를 주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해 “박용진 스스로가 전당대회 이전에 혹은 전당대회 중에 민주당을 어떤 미래로 (이끌 것인지) 혹은 민주당의 현재를 책임질 수 있는 역량과 지도력이 있는지에 대해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