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용진 당대표 후보 등 비명(비이재명)계 의원 10여 명이 23일 국회에서 ‘586, 친문, 이재명의 민주당을 넘어 국민의 민주당으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당대표가 유력한 이재명 의원을 사실상 겨냥한 행사였다. 이날 비명계 의원들은 최근 당헌에 신설한 ‘권리당원 전원 투표’ 조항을 두고 ‘이재명 사당화’ 문제를 제기하며 개정에 반대했다. 앞서 당무위원회는 지난 19일 ‘권리당원 전원 투표’가 대의원 대회보다 우선한다고 새로 규정했는데, 권리당원에는 이 의원 강성 지지층인 ‘개딸’들이 많아 당 의사 결정을 친명계가 좌우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586, 친문, 이재명의 민주당을 넘어 국민의 민주당으로’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맨 앞줄 왼쪽부터 비명(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박용진, 이원욱, 윤영찬 의원./국회사진기자단

박용진 후보는 이날 ‘권리당원 전원 투표’ 조항 신설에 대해 “우리 당의 최고 의사 결정 단위가 갑자기 바뀌려고 하는데 당대표를 하겠다는 저도 모르고 있었고 우리 의원들도 모르고 있었다”며 “토론도 없고 수정안도 못 내는데, 민주적인 절차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김종민 의원은 “모든 당원이 심사숙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당원이 주권자로 참여해야 하는데, 그냥 어디서 얘기를 듣고 유명한 사람 말만 믿고 찍고 가는 건 민주주의 방식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위기를 극복하려면 친문의 민주당, 이재명의 민주당, 586(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의 민주당이라는 3개의 강을 건너야 한다”고 했다. 이원욱 의원은 “특정인이 권력을 독식하면 당은 망가질 수 밖에 없다”며 “이번 전당대회의 낮은 호남 투표율은 민주당을 향한 민심의 바로미터”라고 했다. 윤영찬 의원은 “당원들이 모든 것을 결정하면 그 결정이 잘못됐을 때 누구에게 책임을 묻나”라며 “나치 탄생도, 히틀러가 총통이 된 것도 독일 국민 다수가 지지했기 때문이다. 그 절차도 다수결로 이뤄졌는데 잘못이 없었다고 볼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박 후보를 제외한 의원들은 대부분 친문 또는 친정세균계였다.

당 지도부를 친명(친이재명)계가 싹쓸이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이 의원의 현재 득표율이 80%에 육박하고 있고, 지금까지 추세대로라면 지도부 9명 중 7~8명은 이 의원과 친명계가 채우게 된다. 윤영찬 의원은 “민주당이 점점 특정인을 위한 정당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특정인에 대한 ‘팬덤 정치’가 당원들을 장악했을 때 특정 정치인에 의해 당원 의사가 왜곡되고 그 책임이 전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지난 22일 최고위원 후보직을 사퇴했다. 정태호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후보가 17명 나왔는데 지방에 근거를 둔 후보는 송갑석 의원뿐”이라며 “당내 위기감을 느끼게 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정 의원은 “당대표 후보(이재명)가 최고위원 후보들을 데리고 다니며 당을 분열시키는 것 또한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다. 현재 최고위원 당선권인 5명 중에는 고민정 의원만이 비명계로 분류된다.

한편 박 후보 등 비명계 의원 25명은 토론회 후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에게 ‘권리당원 전원 투표’ 당헌 개정안을 의결하기 위해 24일 열리는 중앙위원회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우 위원장은 통화에서 “중앙위 투표를 연기하면 8·28 전당대회 안건 중 당헌·당규 개정안이 사라진다”며 “중앙위 투표를 연기하면 전당대회를 연기해야 하는데 앞뒤가 안 맞는다. 전당대회를 연기하자고 하면 다들 반대할 것”이라고 비명계 주장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