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6일 ‘주호영 비대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자 이날 오후로 예정돼 있던 방송 출연을 취소하고 잠행에 들어갔다. 이 대표는 직접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대신 이 대표 변호인단이 “사법부가 정당 민주주의를 위반한 헌법 파괴 행위에 내린 역사적인 판결(결정)”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변호인단은 “비대위 자체가 무효”라며 “국민의힘은 사퇴하지 않은 최고위원으로 최고위를 구성해야 하고, 사퇴한 최고위원은 당헌에 의하여 (전국위원회에서) 선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결정이 나오기 전인 이날 아침 라디오에 출연해 “가처분 신청이 만약 인용되면 잠적하겠다”며 “원래 하던 대로 당원들을 만나고 책 쓰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7일 당대표 직무가 정지되자 전국을 돌며 당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젊은 세대에게 국민의힘 입당을 독려하면서 20·30대 당원들로 세력화를 시도했다. 그러다 이달 초 국민의힘이 이 대표를 자동 해임하는 비대위 전환에 착수하자 전국 순회를 중단하고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공격하는 데 주력해 왔다. 이 대표가 말하는 ‘잠적’이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됐으니 ‘윤핵관’과의 공방보다는 다시 세력화에 집중하며 또 다른 반격의 때를 기다리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비대위 전환에 반대했던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26일 페이스북에 “권력의 부당한 행보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했다”며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인 법원의 판단에 깊은 감사를 느낀다”고 했다. 이 대표 징계 기간이 끝나면 이 대표를 복귀시키자는 내용의 당헌 개정안을 냈던 하태경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현 위기 상황에 대한 정치적 해법을 거부한 당 지도부는 이 파국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며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는 “파국만은 막아야 한다는 안팎의 호소를 무시하고 정치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걷어찬 결과, 법원에 의해 당의 잘못이 심판받은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출신으로 윤 대통령의 선거를 도왔던 금태섭 전 의원은 “정치로 풀어야 하는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비대위와 이준석 대표 중) 누구의 승리라고도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근식 전 국민의힘 비전전략실장은 “사실상 윤핵관과 ‘윤핵관 호소인’들의 정치적 패배인 만큼, 이제 대통령이 직접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며 “이 대표와 만나서 앙금을 해소하고 당정 관계를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