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26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에 대해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직무를 정지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국민의힘은 “황당하다” “납득할 수 없다”며 즉시 법원에 이의신청을 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 대표는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고, 이 대표 측 변호인단은 “국민의힘은 법원 결정을 엄중히 이행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의 징계에 따른 지도부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비대위를 출범시켜 수습에 나섰지만 이마저 법원 결정으로 제동이 걸리면서 당분간 지도부 공백과 당내 분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황정수 수석부장판사)는 이날 “(주호영)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를 개최해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할 경우 이준석이 당대표로 복귀할 수 없게 돼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주 위원장의 직무를 본안 재판 때까지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우선 이 대표에 대한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가 비대위를 설치할 정도의 ‘비상상황’이 아니라고 봤다. 국민의힘 당헌은 ‘당 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 기능이 상실되는 등 당에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에 비대위를 구성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재판부는 “비대위 설치 및 비대위원장 임명 요건인 ‘비상상황’은 엄격하게 해석해 당대표 또는 최고위원회의가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없게 되고 당헌에 따른 정상적인 절차에 의해 기능을 회복할 수 없거나 회복이 매우 어려운 상황을 의미한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부 최고위원들이 국민의힘 지도체제 전환을 위해 비상상황을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이 대표에 대한 당원권 정지 징계는 직무를 박탈할 정도가 아니고, 배현진 의원 등 최고위원들의 줄사퇴는 이 대표를 밀어내기 위한 ‘인위적인 비상상황’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또 국민의힘이 정당 내부 의사결정이 최대한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정당 자율성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임전국위와 전국위 의결로 수십만 당원과 일반 국민에 의해 선출되고 전당대회에서 지명된 당대표와 최고위원의 지위와 권한을 상실시키는 것은 정당의 민주적 내부질서에 반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가처분 결정이 나온 후 3시간여 만에 즉각 서울남부지법에 가처분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주호영 위원장은 이에 대해 “매우 당혹스럽고 당의 앞날이 걱정된다”며 “우리 당이 당헌 당규에 따라서 구성원들의 뜻을 모아서 비상상황이라고 규정했는데, 법원이 돌연 비상상황이 아니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헌법상 정당 자치의 원칙을 훼손한 것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즉시 이의신청을 했고, (서울고법에) 항고 등의 절차를 밟아갈 것이며, 당의 향후 대처 방안은 27일 열리는 의원총회를 통해서 정리할 예정”이라고 했다.
당 내부에선 법원의 결정으로 혼란이 이어졌다. 당 지도부는 비대위 자체는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법률지원단장은 “비대위원장 직무만 정지된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이 주 위원장의 직무만 정지시켰고, 다른 비대위원에 대해선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재판부가 비대위 전환을 위한 최고위·상임전국위·전국위 의결에 대해선 위법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대위는 법적으로 유효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중진 의원은 “앞이 안 보이는 상황”이라며 “결국 윤 대통령과 이 대표 등이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를 포함한 여권 전체가 해법을 찾아야지 법원에 당의 운명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