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들이 연일 ‘김건희 특검’ ‘한동훈 법무장관 탄핵’을 거론하고 있다. 친명 인사들로 채워진 ‘이재명 지도부’에서 강경파 최고위원들이 앞장서 대여(對與) 투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일각에선 “과도한 정치 공세로 되레 여론 역풍만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29일 국회본청 더불어민주당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이재명 신임 당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2.08.29 /국회사진기자단

장경태 최고위원은 30일 라디오에서 “개인적으로 ‘김건희 특검법’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검경이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특검법을 해야 한다”고 했다. 전날 민주당 최고위원들이 첫 회의에서부터 ‘김건희 특검법’을 외쳤는데, 연일 같은 주장에 나선 것이다. 박성준 대변인은 라디오에서 ‘김건희 특검법이 당론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중요한 문제에 있어서는 특검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많은 것 같다. 무게중심이 쏠리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미 관련 특검법을 제출한 상태다.

앞서 서영교 민주당 최고위원은 “한동훈·이상민 장관 탄핵 요건들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고 했고, 고민정 최고위원은 한동훈 장관 탄핵을 거론하며 “한 장관의 오만한 태도를 지켜보니 한편으로는 스스로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도 든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탄핵·특검 이슈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메시지를 내지 않고 ‘민생’ ‘통합’을 강조하는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당 대표 선거에서 경쟁한 강훈식·박용진 의원과 각각 점심·저녁 식사를 했고, 전날엔 문재인 전 대통령을 찾았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에서도 ‘민생 협력’ 메시지를 냈다. 정부·여당엔 초당적 협력을, 당내 문제에 대해선 통합을 강조한 것이다. ‘김건희 특검법’ ‘한동훈 탄핵’ 등을 묻는 기자들 질문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이 대표 측은 “정치 공세보다는 국민들에게 유능함을 증명해 보이는 게 최우선”이라며 “앞으로도 민생 메시지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굿캅·배드캅’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공세성 대여 강경발언은 최고위원들에게 맡기고, 이 대표는 이와 거리를 둔 채 ‘민생을 챙기는 야당’ 콘셉트로 역할 분담을 했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렇게 해야 향후 정치 공세에 여론 역풍이 불더라도 이 대표가 말리고 수습하는 모양새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각종 검경 수사를 받고 있는 이 대표 대신 최고위원들이 ‘김건희 특검법’을 주장하며 ‘물타기’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장 최고위원은 이날 이 대표 ‘사법리스크’를 묻는 질문에 “대통령 부인 관련 여러 의혹은 불기소 또는 무혐의 처리됐다”고 했고, 이 대표 부인 김혜경 여사의 법인카드 유용 사건에 대해선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오마카세 1600만원은 조사했느냐”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강경 드라이브에 대해서는 당내에서도 자중론이 나오고 있다.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김건희 특검법’ 주장에 대해 “과유불급이다. 특검 문제를 계속 거론하면 정치의 영역으로 변질되어 국민들 판단에 혼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했다. 국민 여론과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우상호 전 비대위원장도 본지 인터뷰에서 “여야 합의가 있어야 특검을 할 수 있는데 쓸데없는 소리”라고 했다. ‘한동훈 탄핵’에 대해서도 비명계 이원욱 의원은 라디오에서 “최악의 카드”라며 “헌재에서 받아들여질지 어떨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런 카드를 썼을 때 한 장관을 ‘제2의 윤석열’로 키워주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의 ‘김건희 특검법’ 주장에 대해 “부부가 검경 수사를 받고 있을 때 가야 하는 바른 길은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는 것이지 ‘물타기 특검’이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