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민주당은 이날 이 대표가 검찰의 소환 요구에 응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이 대표 뒷줄에서 왼쪽부터 안호영 수석대변인, 천준호 비서실장, 조정식 사무총장이 얘기를 주고받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5일 윤석열 대통령을 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윤 대통령이 작년 10월 대선 경선 당시 방송 토론회에서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혐의다. 검찰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6일 소환 조사를 통보한 것과 같은 혐의로 윤 대통령을 고발한 것이다. 민주당은 김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도 추진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고발과 김 여사 특검은 전부 이 대표 수사를 물타기하려는 정치적 술수이자 ‘물귀신 작전’”이라고 했다.

대통령은 헌법상 임기 중 형사 소추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윤 대통령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정치적이자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했다. 당 법률위원장인 김승원 의원은 “대통령 재직 시에는 공소시효가 정지되는데, 퇴임하고 나서 다시 시효가 시작돼서 그때 얼마든지 처벌받을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헌법상 형사 소추는 받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을 뿐 수사까지 금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도 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당 최고위 회의가 끝난 뒤 처음 윤 대통령 고발 방침을 알리면서 “공수처에 고발한다”고 했다가, 곧장 다시 “검찰에 고발한다”고 바꿨다. 민주당 법률위 관계자는 “선거법 위반 사건은 공수처의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발표 과정에서 실무적으로 착오가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얼마나 급조한 고발이면 어디에 고발할지 헷갈리는 그런 실수를 할 수 있느냐”는 말이 나왔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엔 긴급 의원 총회를 열어 이 대표가 6일 예정된 검찰 소환 조사에 응하면 안 된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 대표의 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치 보복이자 망신 주기 목적이기 때문에 직접 조사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현 시점에서 대표가 직접 출석해서 조사받는 것은 맞지 않고 서면 조사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는 뜻을 당대표에게 적극 요청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의원 총회 모두 발언에서 “윤석열 정부는 국민 기대와 완전히 정반대로 행동하고 있다”고 말한 뒤 의총이 끝나기 전 회의장을 나섰다. 이 대표는 의총 결과를 전해 들은 뒤에도 검찰에 출석할지를 묻는 질문에 “좀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당 요청 내용과 달리 이 대표가 검찰청에 나가 직접 혐의를 반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 대표 측은 “본인 최종 결심만 남은 상황”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의총에서 김 여사에 대한 특검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최근 의혹이 훨씬 눈덩이처럼 불어났지만 수사 기관들은 봐주기로 일관하고 있다”며 “결코 의혹을 해소할 수 없는 단계로 가고 있는 만큼 특검법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회 안팎에서는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고 있고,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실제 특검법 시행은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많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 고발과 마찬가지로 특검 추진 역시 “이 대표 수사 물타기용에 지나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민주당의 한 의원은 “‘전쟁’ 상황에서 뭐라도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특검에 반대하면 역적이 되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 대표가 지난주 비공개 최고위 회의 때 ‘이재명·김건희 동시 특검’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민주당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을 하면 ‘이재명 특검’도 받을 수 있다는 취지였다”고 했다. 이 대표도 이날 관련 질문에 “화천대유 문제는 대선 때도 계속 특검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왔다”고 했다. 동시 특검 가능성은 열어뒀지만 새로 꺼낸 제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의총을 마친 뒤 “취임 100일 윤석열 정권이 총력을 기울인 것은 오로지 문재인 정부와 야당 인사에 대한 정치 탄압뿐이었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윤석열 정권 정치탄압 대책위’도 새로 발족하고 문재인 정부 법무장관이던 박범계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윤 대통령을 고발하고 특검을 거론하자 “민주당의 대통령 고발은 국민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한 미끼, 낚시성 고발”이라고 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지난 대선 국민의 선택을 무시하는 ‘아니면 말고’ ‘일단 지르고 보자’는 속내가 훤히 드러난 정치 공세”라며 “당대표 한 사람 지키겠다고 민주주의를 유린하려 한다”고 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라디오에서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혐의와 김건희 여사 특검하고 무슨 관계가 있느냐, 소가 웃을 일”이라며 “민주당 유전자에는 물귀신 작전의 유능함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2017년 7월엔 ‘적폐와 불의를 청산하는 게 정치 보복이면 그런 정치 보복은 만날 해도 된다’고 말했다”며 “떳떳하면 나가야지 이게 (어떻게) 정치 보복이냐, 선거법 위반 아니냐”고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정치생명 연장을 위해 스스로 정치적 인질이 된 것”이라며 “정치적 인질로 전락한 민주당이 오히려 범죄자를 공감하고 지지하는 ‘정치적 스톡홀름 신드롬’”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민주당의 윤 대통령 고발에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입장을 낼 계획도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