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노동조합의 불법 파업에도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막는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 내에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불법 파업을 조장할 수 있다는 산업계와 여당 우려가 쏟아지는데도 거대 야당이 의석수로 반(反)기업 입법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말로는 ‘민생과 경제 살리기’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중대재해처벌법과 같은 기업 숨통을 죄는 법들을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당 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 결사에 대한 구시대적 강압과 금지의 굴레를 끝내야 한다”며 노란봉투법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노란봉투법의 핵심은 노조가 불법 파업을 하더라도 폭력과 파괴 행위가 없을 경우엔 기업이 노조와 노조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가압류를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현행법은 합법 쟁의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불법 행위에도 손해배상 청구를 못 하도록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노란봉투법이란 용어는 지난 2014년 쌍용자동차 파업 당시 노동자들이 47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자 한 시민이 노란색 봉투에 성금을 넣어 전달한 것에서 비롯됐다. 근로자가 감당할 수 없는 손배소를 막자는 취지지만, 사실상 불법 파업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 법에는 정의당 의원 6명 전원과 민주당 46명, 기본소득당 1명, 무소속 3명 등 모두 56명이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은주 위원장은 “국민의힘 의원들을 제외한 정당 의원이 노란봉투법 공동 발의를 했다”며 “올겨울 꼭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민주당 역시 이 법을 정기국회 내에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민주당 의원들도 노란봉투법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국민의힘과 경영계 등의 반발로 무산됐었다. 하지만 ‘이재명 지도부’가 들어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노란봉투법을 이번 정기국회 때 처리할 ‘22대 민생 입법’ 과제로 정한 것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을 사실상 당론으로 추진하는 것”이라며 “향후 상임위 논의 과정에서 정의당 등과 함께 세부 이견을 조정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진성준 원내수석은 지난 2일 라디오에서 “국민의힘이 반대하더라도 반드시 표결 처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노란봉투법 의견을 묻는 민주당 의원들 질문에 “위헌의 소지는 없는 것인지, 사법 체계상 모순되는 것은 없는지, 우리나라 노사 관계 시스템 전체를 봐야 된다”며 신중론을 폈다. 국민의힘은 “불법 파업 조장법”이라고 비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황건적 보호법’에 불과하다”며 “노란봉투법이란 이름부터 잘못됐다. 불법 파업에 대한 법원의 손해배상 판결에 노골적으로 불복하는 행태를 미화한 네이밍(이름 짓기)”이라고 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위헌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불법 행위까지 면책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인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율사 출신 의원은 “불법 행위자가 피해를 배상하도록 하는 법 질서 기본 원칙에 반한다”고 했다.
다수당인 민주당에 정의당·기본소득당까지 공조하면 여론 반발이 크더라도 입법이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은 작년에도 정의당과 함께 국민의힘과 경영계가 강하게 반대한 중대재해처벌법을 통과시켰다. 산재 인명 피해 시 경영주를 강하게 처벌하는 내용이라 부작용이 적지 않으나 민주당은 지금도 “더 법을 강하게 적용하라”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투기 자본이 지분 1~3%만 매집하면 사흘 만에 경영권을 공격할 수 있는 상법 개정안도 처리했다. 민노총 요구를 수용해 노조의 생산 시설 점거 금지를 제한하는 노동법 조항도 바꿨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과 정의당이 정부·여당을 향해 민생과 경제를 살리라고 압박하지만, 실상 자신들은 반기업, 친노조 폭주를 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