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18일 긴급회의에서 이준석 대표에 대한 추가 징계 절차를 개시하기로 했다. 당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의 거친 언행에 대해 추가 징계를 요구한 데 따른 것으로, 사실상 ‘이준석 제명’ 수순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표는 “양두구육(羊頭狗肉) 표현 썼다고 징계 절차 개시한다는 거네요”라며 반발했다. 또 ‘표현의 자유’가 명시된 유엔 규범을 언급하면서 “(윤리)위원장에게 바친다”고도 했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이날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준석 당원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한다”면서 “징계 심의는 추후 일정을 조율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징계 착수 이유로 이 위원장은 “(이 대표가) 당원, 당 소속 의원, 당 기구에 대해 객관적인 근거 없이 모욕적 표현을 사용했다”며 “법 위반 의혹 등으로 당의 통합을 저해하고 당의 위신을 훼손하는 등 당에 유해한 행위를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대표의 ‘개고기’ ‘양두구육’ ‘신군부’ 발언은 당원들에게 모멸감을 주는 언행”이라며 추가 징계를 윤리위에 요구했었다. 윤리위는 이 대표의 이 같은 발언들이 ‘당에 유해하다’고 봤다. 또 이 대표가 ‘품위 유지 의무’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 대표의 어떤 표현이 문제가 됐느냐는 질문에 이 위원장은 “그건 언론에서 많이 쓰셨다”며 “꼭 그렇게 (개고기, 신군부 등을) 규정해서 말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징계 수위에 대해서도 그는 “당헌·당규상 모든 것을 근거해서 진행하겠다”고 답했다. 앞서 이 대표는 ‘성 상납 증거 인멸 교사’ 의혹 등으로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국민의힘 규정은 징계 상태인 당원을 추가 징계할 경우, 이전보다 무거운 조치를 내리도록 돼 있다. 당원권 정지보다 무거운 징계는 ‘탈당 권유’와 ‘제명’밖에 없다. 탈당 권유는 징계 대상자가 10일 안에 자진 탈당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제명된다. 따라서 이 대표에게 추가 징계를 내린다면 사실상 제명 절차에 들어가는 것이다.
당내에서도 이 대표가 결국 제명당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일각에서는 “오는 28일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에 대한 법원 가처분 심문 이전에 이 대표가 제명되면 (가처분 결정에서) 국민의힘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 대표가 제명될 경우 당대표가 ‘사고’가 아닌 ‘궐위’ 상태가 되면서 비대위 성립 요건이 보다 명확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윤리위가 ‘제명’ 결정을 내릴 경우, 추가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유엔 인권 규범 제19조를 유엔에서 인권 관련 활동을 평생 해오신 (이양희) 위원장에게 바친다”고 썼다. 유엔 인권 규범 제19조는 ‘모든 사람은 의견과 표현의 자유를 가질 권리가 있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엔 인권이사회 특별 보고관 출신인 이 위원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당 안팎에서도 “무리한 찍어내기는 역풍(逆風)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날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기자 간담회에서 “이 대표는 가처분을 철회해야 한다”며 “윤리위에서도 추가 징계로 상황을 악화시키는 일은 이제는 멈추면 좋겠다”고 했다.
한 초선 의원도 “법원이 이준석 추가 징계마저도 무산시킨다면 그때 가서는 어떻게 할 셈인지 윤리위에 묻고 싶다”며 “당이 ‘가처분 무한 반복’이라는 감옥에 스스로 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반면 친윤계 의원들 사이에선 “이 대표와 함께 간다는 것은 이미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온다.
윤리위는 추후 이 대표에게 출석 날짜를 통보할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윤리위는) 본인이 원하면 출석해서 소명할 기회도 항상 드리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특히 전 당대표의 위치이기도 하니 반드시 직접 출석해서 소명의 기회를 갖고자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