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지난 5월 방한한 바이든 미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의 통화를 앞두고 최종건 전 차관의 ‘전화 요청’을 받고 문 전 대통령 자택으로 공무원을 출장 보낸 것으로 5일 확인됐다.

공문(公文)도 아닌 민간인 신분인 전 차관의 전화만 받고 통역 담당을 보낸 것으로, 정작 한미 정상회담을 담당했던 외교부 의전총괄담당관실은 이런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5월 21일 오후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이날 통화는 약 10분간 이뤄졌다. 오른쪽은 최종건 전 외교부 1차관. /News1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보고받은 내용을 종합하면, 최 전 차관은 바이든 대통령 방한을 앞두고 외교부 측에 전화로 “통역 지원”을 요청했다. 이를 외교부 북미국장이 재가했고, 하급자인 북미과장이 ‘양산 출장’ 서류에 결재했다. 당시 문 전 대통령과 바이든의 통화는 ‘스피커폰’으로 10분간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외교부 의전총괄담당관실은 “우리는 문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통화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고, 통역을 보낸 사실도 몰랐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여당은 “퇴임한 문 전 대통령 측이 국가 공무원을 가신(家臣)처럼 부린 것”이라고 했다.

전직 대통령 예우 법률에 ‘통역 제공’은 명시돼 있지 않지만 외교부는 ‘필요한 예우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통역 공무원을 보냈다고 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뉴스1

이에 대해 태영호 의원은 “전직 ‘외교부 왕차관’이 민간인으로 돌아간 후에도 공문도 아닌 전화 한 통으로 과거 부하 직원에게 지시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통역을 맡았던 외교부 공무원은 식비 명목으로 출장비 4만원을 받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