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때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첫 재판이 18일 열렸다. 검찰이 이 대표가 방송 인터뷰에서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에 대해 “성남시장 시절 하위 직원이라 몰랐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부지 용도 변경 의혹과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협박해 어쩔 수 없었다”고 발언한 것을 허위 사실 유포로 보고 기소한 사건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4부 심리로 열린 첫 공판 준비 기일에서 이 대표 변호인은 “모든 공소사실을 부인한다”고 했다.
이날은 정식 재판 전 쟁점과 증거 목록을 검토하기 위해 갖는 공판 준비 기일이라 이 대표가 출석하지 않았지만, 정식 재판이 시작되면 이 대표는 매번 법정에 나가야 한다. 이 대표 앞에는 선거법 위반 외에도 줄줄이 검찰 수사가 예정돼 있다. 민주당은 대외적으로 이를 ‘정치 탄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표가 제3자 뇌물 혐의가 적용된 성남FC 사건으로 기소될 경우 대표직을 계속 수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당헌 80조가 ‘뇌물 등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되면 당직 정지’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법 위반 사건은 “당헌 80조 적용 대상 사건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성남FC 사건은 다르다는 것이다.
이 대표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당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전재수 의원이 이 대표의 방산 주식 매입에 “실망스럽다”고 유감을 표한 이후 최재성 전 의원도 1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주식 매매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도 야당을 이끌 지도자인데 그렇게 관리를 했어야 되느냐.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신현영 의원은 “오해할 만한 주식을 소유하고 있었던 것은 부적절했다”고 했다. 최성 전 고양시장은 트위터에서 이 대표가 ‘대북 코인’ 사업에 연루됐다는 의혹과 관련, “이 대표 측이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답변했는데, 정치 보복이라고만 반복 비난하지 말고 즉시 고소하라”고 했다. 정말 억울하면 법적 대응에 나서라는 것이다. 최 전 시장은 전재수 의원이 이 대표 지지자들에게 비난을 받는다는 기사를 공유하면서 “한마디 비판했다고 몰매 맞으니... 그것도 이재명 지지자들로부터. 민주당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냐”고도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 취임 후 누구도 비판 목소리는 못 냈던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 진영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친명계인 안민석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를 향한 정치 탄압은 대선 때부터 예견됐던 것”이라며 “총구를 외부 아닌 내부로 돌리는 건 ‘갈치 정치’”라고 했다. 그는 “갈치가 갈치를 먹고 큰다. 갈치 정치는 심각한 해당(害黨) 행위”라고 했다. 안 의원은 이 대표가 결국 무죄를 받을 것이라며 “당은 선명하게 (검찰에) 맞서줘야 된다”고도 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를 향한 강성 지지층 팬심이 탄탄한 상황”이라며 “각종 사법 리스크에도 다음 총선까지 이 대표 체제가 공고할 거란 의견도 많다”고 했다.
한편 이 대표 취임 뒤 친명에 가려져 있던 친문도 수시로 모임을 하며 활동 재개를 모색하고 있다. 전해철 의원 등 친문 의원 10여 명은 최근 1박 2일 워크숍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알려진 윤건영 의원은 매주 평산마을을 찾아 문 전 대통령과 다른 의원들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수감 상태지만 사면을 받는다면 친문 진영의 차기 후보로 거론되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면회 가는 의원도 최근 부쩍 늘었다고 한다. 이낙연,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이 대표 리더십이 흔들릴 경우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 때문에 당 일각에서는 계기만 생기면 다시 당내 권력투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