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정진석(왼쪽 사진 오른쪽)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충분한 현장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원인을 반드시 밝혀야 하고, 응당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오른쪽 사진 왼쪽) 당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부를 겨냥해 “정부 고위 책임자들 태도가 도저히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여야(與野)는 2일 일제히 ‘이태원 핼러윈 참사’ 책임자 경질론을 제기했다. 경찰이 압사 사고의 위험성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초동 대처에 실패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 내부에서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을 공개적으로 지목하면서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통령실 또한 ‘문책성 인사 조치’를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당 회의에서 “충분한 현장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는지 그 원인은 반드시 밝혀져야 하고, 응당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추도 기간이 끝나면 철저한 원인 조사, 상응하는 책임 추궁,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당초 국민의힘 지도부는 ‘선(先)수습, 후(後)대책’ 기조를 유지했다. 그러나 참사가 발생하기 3시간 41분 전부터 “압사당할 것 같다”는 112 신고가 여러 차례 접수됐던 사실이 드러나자 책임 추궁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자칫 제2의 세월호 참사로 확대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형성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상민·윤희근 경질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윤희근 경찰청장을 즉시 경질하고, 사고 수습 이후 이상민 행안부 장관도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했다. 경찰 출신인 국민의힘 권은희 의원은 라디오에 나와 “행안부 장관이나 경찰청장은 본인들의 거취에 대해서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고, 3선 중진인 조해진 의원도 언론과 가진 통화에서 “주무 장관(이상민 장관)으로서의 책임이 드러나면 그때는 인사 조치까지 대통령실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최근 이 장관의 파면을 요구한 데이어, 이날은 한덕수 총리에 대한 책임론을 거론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책임자 경질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책임자 경질론과 관련해 “내부 감찰과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누가, 얼마나,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감찰과 수사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여권에선 “인사 조치에 앞서 진상 규명이 선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최종 책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라면서 총공세에 돌입했다. 이상민 장관, 윤희근 청장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현재 정부 고위 책임자들 태도가 도저히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날 외신 기자회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농담성 발언을 한 것을 언급하며 “경악할 만한 장면을 봤다, 농담할 자리냐”고도 했다.

민주당은 112 녹취록에서 드러난 경찰 측의 대응 실패를 “명백한 업무상 과실치사”로 규정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참사 직후 대통령, 총리, 장관, 시장, 구청장, 경찰서장 누구 하나 엎드려 사죄한다 말하지 않았다”며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반드시 정치적·행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참사 책임자에 대한) 수사가 미흡하면 국정조사 대상도 될 수 있다”고 했다. 당 일각에선 “경찰도 검찰도 믿을 수 없으니 특검을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지방경찰청장을 지낸 민주당 황운하 의원은 ”정권이 바뀐 뒤 경찰이 사람의 안전을 중시하는 마인드가 좀 흔들린 것 아닌가”라고 했다. 같은 당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에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본 건’이라는 단어를 쓰더라. 슬퍼하는 게 아니라 검사로서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라며 “그런 말 하나하나가 상처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