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의겸 대변인은 9일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스 주한 유럽연합(EU) 대사의 항의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전날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스 주한 유럽연합(EU) 대사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데 현재 윤석열 정부에는 대화 채널이 없어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는 민주당 김의겸 대변인의 발표에 대해 “왜곡돼 유감”이란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8일 국회에서 페르난데스 대사를 1시간가량 비공개로 만나 북한 도발로 인한 한반도 위기 상황 등에 대해 논의했다. 김 대변인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EU 대사가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긴장이 고조돼도 대화 채널이 있어 교류를 통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김 대변인의 브리핑 내용이 알려진 뒤 페르난데스 대사는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로 외교부에 해명했다. 페르난데스 대사는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내 언급이 야당의 언론 브리핑 과정에서 잘못 인용되고 왜곡돼 유감”이라며 “당신도 잘 알다시피 그런 뜻이 아니며 그럴 의도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김 대변인은 하루가 지난 9일 사과 입장문을 올렸다. 김 대변인은 “공개면담 후, 브리핑 과정에서 EU대사께서 말씀하신 내용과 다르게 인용을 했다”며 “이 대화 중에 과거 정부와 현 정부의 대응을 비교하는 대화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 대변인은 “혼란을 안겨드린 것에 대해 EU대사님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민주당 안에서는 “또 ‘김의겸 리스크’가 터졌다”는 말이 나왔다. 김 대변인의 ‘아니면 말고 식’ 의혹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 대변인은 지난달엔 한 장관이 법무부 행사장에서 만난 민주당 이재정 의원을 따라가 의도적으로 악수 장면을 연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한 장관은 지난달 24일 국감에서 이 사안에 대해 김 대변인에게 “거짓말 한 게 다 들통났는데 사과도 안 했다”고 말했다. 지난 6일엔 한 장관의 7월 미국 출장이 이재명 대표와 관련된 ‘대북 코인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주장했다가, 한 장관으로부터 “범죄 신고나 내부 고발을 하는 것이냐”는 반박을 받았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당대표와 대사 간의 대화를 왜곡하는 것은 외교상 중요한 결례임에도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 납득하기 힘들다고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