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말 3월 초로 논의되고 있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여권 일부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역할론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은 30일 라디오에 나와 한 장관의 전당대회 차출 가능성에 대해 “이르지만 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계 입문설이 뜨거운 이슈가 돼 있다 보니까 그런 이야기가 자꾸 나오는 것 같다”면서도 “제 생각으로는 아직 (당대표에 나오기는) 좀 이르지 않으냐”고 말했다. 대장동 사건 등 굵직한 수사가 진행 중이고 한 장관 본인도 그럴 의사가 없는 상황에서 당대표 출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 여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그러나 때 이른 ‘한동훈 역할론’은 현재 여권에 변화가 없을 경우 2024년 총선 전망이 어둡다는 진단에서 나오는 것으로 분석된다. 당사자인 한 장관은 지난달 국회에서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 “현재 그런 생각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여권 핵심 관계자는 “당대표는 아니지만 총선 출마에 대해선 본인도 신중히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러스트=박상훈

‘한동훈 역할론’은 지지부진한 국민의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국민의힘은 내년도 예산안,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노란봉투법 처리 과정 등에서 국정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황이다. ‘이준석 사태’ 이후 명확한 리더십이 당내에 구축되어 있지도 않다. 최근 의원총회에서 친윤계 초선인 이용 의원이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여당이 윤석열 정부 뒷받침도 못 하나”라고 직격한 것은 상징적인 장면으로 입에 오르내린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이대로라면 다음 총선에서 다 죽는다’는 점만큼은 친윤·비윤의 인식이 비슷하다”고 했다. 다음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자력으로 승리하기가 어렵다는 문제의식으로, 이는 여권의 ‘간판 스타’인 한 장관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선거는 치어리더 같은 분이 나와서 분위기를 확 이끌기도 한다. 한 장관이 그럴 수 있을 것”(최형두 의원) “수도권을 파고들 신선한 바람이 반드시 필요하다”(조수진 의원)는 소리도 공개적으로 나왔다.

동시에 더불어민주당이 청담동 술자리 의혹 등으로 한 장관의 ‘정치적 체급’을 키워줬다는 시각도 있다. 여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한 장관이 “아니라는 데 장관직 걸겠다” “더탐사가 과거의 정치 깡패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한 발언이 화제가 됐다. 이를 지켜본 국민의힘 인사들은 “격동적 정치 언어를 적재적소에 쓸 줄 안다”면서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한 장관 스스로 정치 입문설을 부각한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라디오에서 “정치 깡패는 정치적 용어로는 굉장히 (탁월하다)”면서 “총선에 출마하고 국회의원으로, 또 정치인으로 활동한다면 전도가 유망하다”고 했다.

그러나 한 장관 역할론에 대해선 당내 평가가 엇갈린다. 한 장관 역할론을 띄우는 의원들은 ‘수도권·중도층 소구력’을 내세우고 있다. 차기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수도권 공략이 필수적인데,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한 장관이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영남권 의원은 “한 장관이 총선에 출마한다면 수도권 등 접전지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한 장관이 야당과 대놓고 충돌하는데도, 화제만 될 뿐이지 당 지지율은 도리어 떨어지고 있다”며 “외연 확장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했다. 검찰 출신인 국민의힘 의원은 “한 장관이 출마한다면 이재명 대표의 부패 혐의, 문재인 정권 인사들이 받는 수사가 일거에 설득력을 잃게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