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가 야당 의원 169명 가운데 유일하게 ‘국회의원 연구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13일 파악됐다. 국회의원 연구단체는 여야 의원들이 소속 정당을 초월해 연구단체를 구성하고, 관심 있는 분야의 연구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국회가 지원함으로써 입법 정책개발 및 의원 입법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정치권 일각에선 지난 6월 보궐 선거로 국회에 입성한 이재명 당대표가 국회 내 소통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가 민주당 169명의 ‘국회의원 연구단체’ 가입 현황을 전수 조사해본 결과, 이 대표는 연구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와 마찬가지로 지난 6월 보궐선거로 당선된 김한규(제주) 의원이 스타트업 성장 지원 입법 방안 등을 모색하기 위해 구성된 연구단체 ‘유니콘팜’에 가입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재 21대 국회에서는 63개 연구단체가 활동 중이다.
연구단체 가입은 의무가 아니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이 대표가 연구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건 이 대표 스타일을 단적으로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여야 의원들은 같은 연구단체에서 입법 방안을 모색하면서 절충점을 찾을 때가 적지 않다”며 “의원 연구단체가 2개 이상의 교섭단체(비교섭단체 포함) 소속 의원 10인 이상으로 구성된다는 기준을 둔 것도 이 때문인데, 이 대표가 이런 모임에 끼지 않는 건 좀 의아스럽긴 하다”고 설명했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은 “물론 이 대표가 당대표 직무상 스케줄이 바쁘다는 한계도 있을 수 있긴 하지만, 한달에 한 두번 모임을 갖는 연구단체에 아예 가입하지 않은 건 국회 내 교류에 의지가 없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연구단체 운영을 위한 활동비, 식비 등을 국회 차원에서 지원해주는 이점 덕분에 대다수 의원들은 연구단체를 통해 정책 개발을 하면서 상대당 의원들과의 접촉면을 늘릴 수 있다. 국회의원연구단체 지원규정법 상 의원들은 최대 3개 연구단체까지만 가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동물복지국회포럼’ ‘정의로운 녹색 전환 국회포럼’ 등 2개 연구단체에서 활동 중이다. 동물복지국회포럼에는 민주당 7명, 국민의힘 2명, 정의당 1명이 활동 중이고, 정의로운 녹색 전환 국회포럼에는 정의당 6명, 민주당 3명, 무소속 1명이 가입돼 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생명존중포럼(민주당 7명, 국민의힘3명), 글로벌외교안보포럼(국민의힘 17명, 시대전환 1명)에 가입했다.
당 일각에선 최고위와 같은 공식 석상을 제외하면 이 대표를 만나기 힘들다는 말도 나온다. 최근에는 이 대표가 당내 스킨십이 부족해 혼밥을 종종 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재명 대선캠프 당시 수행실장을 맡았던 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12일 라디오에서 신경민 전 의원이 지난 8일 YTN TV에서 ‘지난 달 말 이재명 대표가 친명계 의원 20명 정도를 만찬에 초대했는데 오겠다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 취소 됐다’고 하더라”고 한 것과 관련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지난주에도 저녁 때 (이 대표가) 갑자기 번개 하자고 해서 모였다. 많이 모여서 맛있는 것 많이 먹었다”며 “비명계 의원 중에서도 당대표가, 당대표 아니더라도 어떤 의원이 ‘식사 한번 하자’고 초대 했는데 ‘아 나 싫어, 안 먹을 거야’라고 이렇게 하는 분들이 과연 있겠는가”라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5일 당대표 취임 100일을 맞았다. 당대표 취임 이래로 줄곧 민생을 앞세웠지만, 검찰 수사망이 조여오면서 당 전체가 방어에 급급한 형국으로 비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내에선 이 대표의 민생 입법 추진 메시지에 의구심을 던지는 시선도 있다. 아직까지 국회에서 이 대표가 대표 발의한 입법 성과가 ‘제로(0)’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국회 입성 뒤 ‘2호 법안’으로 내건 불법사채무효법(대부업법·이자제한법 개정안)은 저신용자들을 불법사채 시장으로 내몰 수 있다는 당내 비판에 직면했다. 쌀값 안정화를 표방한 양곡관리법은 여당이 위원장을 맡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되어 있어, ‘전략도 없이 밀어붙였다’는 지적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