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가운데) 부총리가 20일 올해 종료되는 30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에 대한 주 8시간 특별 연장 근로를 연장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달라고 국회에 촉구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추 부총리,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남강호 기자

반도체 특별법안 등 경제 관련 시급한 법안들이 여야 대치에 막혀 연내 국회 통과가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거대 야당이 법인세 인하, 반도체 특별법안의 핵심인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을 두고 “재벌 특혜”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폭을 확대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현재 4개월 넘게 국회에 발이 묶여있다. 이 법을 논의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회의는 파행과 지연을 반복하고 있다. 조세소위 간사인 국민의힘 류성걸 의원은 통화에서 “예산안 합의가 계속 지연되면서 덩달아 조세소위 일정을 잡지 못한 상태”라고 했다. 연내 국회 통과가 무산될 경우 내년 반도체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는 어렵다.

류성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00회 국회(정기회) 기획재정위원회 제1차 조세소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여야 쟁점은 대기업, 중견기업에 대한 세액공제율이다. 여당은 2030년까지 반도체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시설에 투자하는 경우 투자 금액 대비 대기업은 20%, 중견기업은 25%를 세금에서 공제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 법안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대한 세액공제를 각각 10%, 15%로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야의 입장 차가 아직 좁혀지지 않았다. 또 국가 예산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반대 역시 관건이다. 기획재정부는 세수 감소로 인해 대기업에 세액공제를 8%까지만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 일본, 유럽 등 반도체 경쟁국들은 의회가 앞장서 반도체 산업에 대한 대규모 지원 방안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산업계에선 “여야 정쟁으로 반도체 골든타임을 놓칠까 우려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일몰(日沒) 규정에 따라 올해 효력이 끝나는 법률의 개정 논의도 지연되고 있다. 30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에 대해 주 8시간 특별 연장 근로를 허용하는 근로기준법 조항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20일 연내 통과를 촉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하면서 “심각한 인력난을 겪는 뿌리 산업, 조선 산업과 집중 근로가 불가피한 정보통신(IT) 분야에서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고 했다.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 지원을 명시한 국민건강보험법 조항도 올해 연말 일몰을 맞지만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차원의 논의도 끝내지 못한 상태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들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단독 처리를 예고했다. 법인세 인하, 반도체 특별법 등 정부의 주요 정책들에 대해선 전면 거부하면서, 포퓰리즘 법안은 의석 169석을 앞세워 강행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