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제안한 ‘중대선거구제 개혁’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4일에도 “장단점이 있다. 논의가 필요하다”며 뚜렷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민주당은 그동안 중대선거구제를 포함한 선거제 개혁을 강조해왔지만, 윤 대통령이 관련 이슈를 선점하자 반대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과거엔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힘을 실었는데, 최근 신중론으로 돌아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잘 모르겠네요. 저는 다당제, (거대 양당 외에) 제3의 선택이 가능한 정치 시스템이 바람직하다는 말씀을 드렸고, 그 방식이 중대선거구제라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비례대표를 강화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예전에 정치 개혁, 정치 교체를 말할 때도 비례대표 강화라는 표현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도 했다. 이 대표 측은 “과거 이 대표가 중대선거구제 도입·확대를 강조했지만 국회의원이 아닌 지방선거 기초의원에 적용하자는 것이었다”고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라디오에서 “대통령의 제안이 여당과 사전 협의된 게 아니고 즉흥적 제안으로 알고 있다”며 “선거제도는 대통령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국회에서 이제 본격 논의해야 할 시기”라고 했다. 반면 노무현 정부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전 의원은 라디오에서 “선거제 개혁은 노무현의 꿈이었다”며 “윤 대통령이 선거제 개혁을 하면, 아마 6공화국 이래 최대 업적을 남기는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제 개혁은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니고 윤 대통령의 오래된 지론이었던 것 같다”며 “(임기 초라) 아직 힘이 있는 대통령이니까 어느 때보다 개혁에 좋은 기회를 맞았다”고도 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정치개혁특위 위원들과 긴급 회의를 갖고 가급적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주 원내대표는 “중대선거구제가 득표율에 따른 의석수를 보장하고 양당 정치보다 다당제를 지향한다”며 “가급적 중대선거구제로 옮겨 갈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해 보자는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워낙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지역구 사정에 따라 입장이 달라서 의견을 모으는 게 대단히 어렵겠구나 하는 느낌을 가졌다”고 했다. 국민의힘 내에선 당장 현역 의원들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내년 총선이 아닌 5년 뒤 총선부터 적용하는 게 낫겠다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정개특위 위원 등 전문가 의견을 물어 초안을 만든 뒤 정책의원총회를 열어 의원들의 총의를 모은다는 계획이다.